오늘만 무료

신중함

징검돌을 밟기 전에

by은파랑

신중이라는 말은
마음을 참되게 두고
함부로 흩어지지 않게 지킨다는
그런 뜻

뒤에 오는 중(重)은
무거울 중이다.

무게를 달아본다는 말이고
귀하게 여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소중하다는 말에도
같은 글자가 들어있다.

무거운 것은 곧
귀한 것이었기에

옛사람들은 마음을 쓸 때
먼저 무게를 달아보았다.

'중용'에는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나온다.

군자는 아무도 보지 않는
홀로 있는 자리에서

오히려 더 삼간다는 가르침

신중함은
남의눈을 의식하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무게를
내가 먼저 달아보는 일

비슷한 말로 우유부단이 있다.
우유부단은 끊을 단(斷) 자를 쓰고
끊지 못한다는 뜻

하지만 신중함은
망설이는 일이 아니었다.

우유부단이
저울 앞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일이라면

신중함은
끝까지 달아본 뒤
기어이 내려놓는 일

불어난 개울 앞에서
징검돌 하나하나를
발끝으로 먼저 눌러보던 아침

흔들리는 돌은 건너뛰고
단단한 돌만 골라 딛느라

걸음은 더뎠지만

건너편에 닿았을 때
내 발은 젖어 있지 않았다.

느리게 보였던 시간이
실은 건너가는 일의
가장 단단한 절반이었다는 것을

마른 신발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알게 되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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