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感情)
마음이 어떤 일을 만나
먼저 느끼고
느낌이 뜻을 품어 자라난 것
감정의 기술이란
마음을 다루는 요령이기 전에
감정이 지나가는 길을 아는 일
1990년대,
스탠퍼드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는
사람들에게 보기 불편한 영상을 틀어주고
두 가지 방법으로 견뎌보라고 했다.
한쪽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 표정도 짓지 말고
느낌을 꾹 눌러 참아보라.
다른 쪽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장면을 한 걸음 떨어져서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라.
참은 사람들은 겉으로 평온해 보였다.
얼굴은 돌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몸 안에서는
긴장이 가라앉지 않은 채
더 오래 서성이고 있었다.
다르게 바라본 사람들은 달랐다.
표정을 꾸미지 않았는데도
마음속 불쾌함이
스스로 낮아져 있었다.
그로스는 그것을
감정의 재해석이라 불렀다.
같은 장면을 다른 창문으로 바라보는 일
누르는 것은 문을 닫는 일이고
다시 바라보는 것은 창을 내는 일이었다.
문을 닫으면 불은 갇히지만
창을 내면 연기는 흘러나간다.
느낌이 오면 먼저 묻는다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나
이 일은 나에게 어떤 뜻으로 다가왔나
다른 쪽 창으로 보면
장면은 어떻게 달라 보일까
그 사람은 지친 하루의 끝에서
서툴게 말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나를 겨눈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의 그늘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면
화는 조금 작아지고
서운함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감정을 지킨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파도를 막는 방파제가 아니라
파도가 오고 가는 동안에도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등대 하나를 세우는 일이다.
느끼되 휩쓸리지 않고
흔들리되 꺼지지 않는 마음
그 마음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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