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不安)
편안하지 않은 상태,
마음이 앉을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
그런데 그 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불안은 언제나 지금이 아닌 곳에 있다.
어제는 이미 끝났고
오늘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는데
불안은 한 걸음 앞서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문 앞에서
먼저 서성인다.
2016년,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신경과학자 아르키 드 베르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작은 게임을 하나 건넸다.
화면 속 돌을 하나씩 뒤집는 게임이었다.
어떤 돌 아래에는 뱀이 숨어 있었고
뱀이 나오면 손에 약한 전기 충격이 왔다.
연구팀은 돌마다 확률을 다르게 해 두었다.
거의 틀림없이 나오는 돌,
거의 나오지 않는 돌,
그리고 나올지 말지 반반인 돌
사람들의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고
눈동자가 커지는 정도를 쟀다.
가장 크게 흔들린 순간은
충격이 확실한 때가 아니었다.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는 때였다.
고통이 오는 순간보다
고통이 올지도 모르는 순간이
몸을 더 오래 붙잡고 있었다.
불안은 그렇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한 번 더 살아내는 일이었다.
서기 65년 무렵,
로마의 세네카는 벗 루킬리우스에게
이런 뜻의 말을 편지에 남겼다.
우리는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자주 고통받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 속에서
이미 여러 번 넘어졌고
여러 번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정작 아침이 왔을 때
그날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평범하게 지나갔다.
지나가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가 치른 값은
그날의 몫이 아니라
그날 이전의 밤들이었다는 것
미리 산다는 것은
살아내는 일이기도 하고
값을 치르는 일이기도 하다.
오지 않은 날을 먼저 사면
그날이 오기도 전에
이미 빚을 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이 먼 곳으로 달려갈 때마다
작은 질문 하나를 건넨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는 무엇이 있는가.
식어가는 찻잔,
창가에 기우는 오후의 빛,
내 손을 지나가는 숨
작은 것들은 아직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았다.
내일은
내일의 내가 맡을 일이고
오늘의 나는
오늘의 몫만 살면 된다.
불안이 앞서가려 할 때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아
지금 이 자리로 데려온다.
괜찮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 말이 닿는 동안
마음은 비로소
앉을자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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