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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듬어 말하는 법

by은파랑

1933년, 조선어학회는 표준말의 원칙을 정했다
"대체로 현재 중류 슬롯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

몇 해 뒤 문장은 다시 다듬어졌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표준어는 처음부터
교양이라는 조건을 달고 태어났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더 아는 것이기도 했지만
무엇을 드러내지 않는 것

날것의 감정은
교양 있는 말투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 말은
화가 나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법을 배웠고

분노는 밖으로 터지는 대신
안으로 접혀 들어가
다른 모양으로 나오는 법을 익혔다.

"참 잘하셨네요"
"대단하시네요"

웃는 얼굴로 건네는 말은
가장 날카로운 말이 되기도 했다.

지방 욕이 몸으로 먼저 터져 나올 때
서울 욕은 문장으로 먼저 다듬어졌다.

하나는 뜨거운 채로 뱉어졌고
하나는 식은 채로 건네졌다.

식은 말은
더 멀리까지 베었다.

뜨거운 말은 순간에 끝났지만
식은 말은 오래도록 곱씹히며
듣는 사람의 밤을 따라다녔다.

웃으며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는 것을 뒤늦게 들은 적이 있다.

화를 내지 않았다고
화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화가
조용한 문장 뒤에 숨는 법을
내가 먼저 배웠을 뿐이었다.

교양이란 어쩌면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간 자리를
들키지 않게 정리하는 일이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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