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關係)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이어 매어둔다는 뜻
문이 있다는 것은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있다는 것
이어져 있다는 것은
묶여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
좋은 관계는 그래서
닫힌 방이 아니라
열려 있는 문에 가깝다.
1938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한 연구팀이 젊은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직업과 건강, 결혼과 우정,
기쁜 해와 힘겨운 해를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연구는 여든 해 가까이 이어졌고
연구자들은 대를 이어 바뀌었다.
긴 세월 끝에 그들이 발견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쉰 살 무렵
자신의 관계에 만족했던 사람들이
여든이 되어서도
가장 건강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은
친구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곁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었다.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무게였다.
그리고 무게는
나를 누르는 무게가 아니라
나를 받쳐주는 무게여야 했다.
어떤 사람 곁에서는
특별한 말을 나누지 않았는데도
돌아오는 길이 가벼웠다.
차를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잠들기 전에 웃음이 남아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좋은 관계는
나를 꾸며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를 내려놓아도 되는 자리
애쓰지 않아도 이어지는 침묵,
설명하지 않아도 건너오는 이해,
늦은 답장에도 서운해하지 않는
넉넉한 시간
그런 곁에서
마음은 겨울 아랫목처럼
조용히 풀렸다.
지치지 않는다는 것은
편하기만 하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는 쓴소리를 건네고
때로는 서로의 그림자를 마주해도
끝에 서로를 향한
믿음이 남아 있다는 뜻
돌아서는 길이 가볍다면
관계는 이미 나를 살리고 있다.
그러니
한 번 헤아려본다.
만나고 난 뒤에 숨이 깊어지는 사람,
돌아오는 길에 걸음이 가벼워지는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가만히 불러본다.
그리고 그 곁으로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간다.
은파랑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