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심리학자 피터 샐러비와 존 메이어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능력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이들은 가슴이 답답해도
그것이 슬픔인지 피로인지 알지 못했고
어떤 이들은 같은 답답함 앞에서
"나는 지금 외롭구나" 하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정서 인식이라 불렀다.
감정을 느끼는 일과
감정을 알아보는 일은 다른 일이라는 뜻
훗날 연구자들은 또 하나를 확인했다.
느낌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편도체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이름이 없는 감정은
어둠 속 소리처럼 커 보였고
이름을 얻은 감정은
방 안에 켜진 등불 아래 사물처럼
제 크기로 돌아왔다.
오래 모른 척했다.
어깨가 무거운 날에는 날씨 탓을 했고
입맛이 없는 날에는 피곤 탓을 했다.
괜찮다는 말로 덮어두면
아픔도 함께 잠들 줄 알았다.
그러나 덮어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양으로 나를 두드렸다.
잠이 얕아지고
말수가 줄고
작은 일에도 목이 메었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고치는 일이 아니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물어보는 일
지금 어디가 아프니
언제부터였니
대답은 느리게 왔다.
그래도 조용히 기다리면
마음은 제 이름을 꺼내놓았다.
아, 나는 서운했구나
아, 나는 많이 지쳐 있었구나
이름을 부르자
아픔은 조금 작아졌고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내 마음 곁에 앉아
그 말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오래 귀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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