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오백 년 전
옥수수를 기르던 사람들은
말린 알갱이를
석회를 푼 물에 넣고 삶았다.
하룻밤 그대로 두면
단단한 껍질이 스르르 벗겨지고
알갱이는 부드러워지며
몸에 더 이로운 것이 되었다.
여인들은 그것을
넓적한 돌판 위에 올리고
돌 방망이로
밀고 또 밀어 곱게 갈았다.
반죽을 손바닥 사이에서
톡, 톡, 톡
둥글고 얇게 두드려 펴서
달군 판 위에 구웠다.
천오백 년 전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던 일꾼들도
둥근 빵에
콩을 싸서 먹었다.
아즈텍 황제는
빵을 숟가락 삼아
음식을 떠먹었다고
전해진다.
바다를 건너온 정복자들은
옥수수 대신 밀을 먹으라고 다그쳤지만
거친 땅에서도 넉넉히 자라는 옥수수를
가난한 원주민들은 끝내 놓지 않았다.
열여덟 세기
멕시코의 산속 은광
광부들은 종이에 화약을 돌돌 말아
바위틈에 밀어 넣고 불을 붙였다.
작은 폭약을
사람들은 타코라 불렀다.
일하러 나가는 남편과 아들에게
여인들은 둥근 빵에 음식을 싸서 건넸다.
돌돌 말린 한 끼가
광부의 폭약을 꼭 닮았다 하여
사람들은 그것을
광부의 타코라 불렀다.
일자리가 사라진 불황의 시절
사람들은 아침마다 타코를 빚어
바구니에 가득 담고
사람 많은 거리로 나가 팔았다.
1930년대
중동 레바논에서 온 이민자들이
멕시코 땅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고향에서 하던 대로
고기를 겹겹이 꿰어 세운 꼬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불 앞에서 구웠다.
처음엔 양고기를
얇은 밀빵에 싸서 먹었다.
몇십 년이 흐르며
양고기는 돼지고기가 되고
밀빵은
옥수수 토르티야가 되었다.
붉은 고추와 향신료로 물들인 돼지고기를
팽이처럼 층층이 쌓아 올리고
꼭대기에
노란 파인애플을 통째로 얹는다.
목동의 방식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은 타코를
알 파스토르라
불렀다.
타케로가 긴 칼로
돌아가는 고기 겉면을 얇게 저며낸다.
작은 토르티야 두 장을
손바닥에 겹쳐 올리고
그 위에
붉은 고기를 수북이 받는다.
칼끝으로 파인애플을 한 조각 쳐내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그 위에 떨어진다.
잘게 다진 흰 양파와
초록 고수를 한 줌 얹고
라임 한 조각을
꾹 짜 넣는다.
붉은 살사와 푸른 살사 가운데
마음 가는 대로 한 숟가락 끼얹는다.
손가락으로 반쯤 접어들고
고개를 기울여 한 입 베어 물면
따끈한 토르티야에서
구수한 옥수수 향이 먼저 피어오른다.
불에 그을린 고기는
짭짤하고 매콤하게 씹히고
파인애플 단물이
사이로 톡 터져 나온다!
양파는 알싸하게
고수는 싱그럽게
라임의 산미가
기름진 맛을 말끔히 걷어내고
살사의 매운 기운이
혀끝에 불을 지핀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갓 튀긴 생선을 토르티야에 싸고
북쪽 국경을 넘은 타코는
딱딱하게 구운 껍질 속에 담겨
또 다른 얼굴로
세계의 식탁에 올랐다.
멕시코의 타코 하나에는
삼천 년 옥수수를 지켜온 여인들의 손과
어두운 갱도 속 광부들의 허기와
바다 건너 이민자들이 세운
고기 꼬치의 불이
뜨겁게, 알싸하게
둥근 옥수수 빵 한 장에
함께 감싸여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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