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햄버거

by은파랑

808년
샤를마뉴 대제는 굽이진 강가에
작은 요새 하나를 세웠다.

강이 무릎 뒤 오금처럼 휘어 도는 자리
사람들은 성을 하마부르크라 불렀다.

천 년이 흐르는 사이
요새는 커다란 항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도시를
함부르크라 불렀다.

십구 세기
항구에서 대서양을 건너는 배에

새 삶을 찾는 사람들이
빼곡히 올랐다.

그들이 품고 간 것 가운데는
고향 부엌의 요리 하나가 있었다.

소고기를 잘게 다지고
둥글게 빚어 구운 것

바다 건너 새 땅의 사람들은
그 요리를 함부르크에서 온 것이라 하여

햄버거라 불렀다.

값싸고 든든한 고기는
공장에서 온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고기를 처음 빵 사이에 끼운 이가
누구였는지를 두고

여러 마을이
저마다 자기 고장이라 주장한다.

1885년
위스콘신의 한 시골 박람회에서

소달구지를 끌고 나온 열다섯 살 소년이
구운 고기를 빵 두 쪽 사이에 끼워

걸어가며 먹을 수 있게
팔았다고도 한다.

역사학자들은
어느 주장에도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1900년
코네티컷의 작은 식당에서

덴마크에서 건너온 한 이민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의 재촉을 들었다.

빠르고
맛있는 것을 달라.

그는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만들던 재료로
다진 소고기를 구워

바삭하게 구운 빵 두 쪽 사이에
끼워 내밀었다.

포크도 접시도
필요 없는 한 끼

손님은 그것을 들고
바쁜 거리로 걸어 나갔다.

백 년이 지난 2000년
이 나라 의회 도서관은

그 식당에서
처음 햄버거가 팔렸다고 기록했다.

그 식당은 지금도
1898년에 만든 무쇠 화덕 세 대로 고기를 굽고

케첩은
끝내 내어주지 않는다.

1916년
캔자스의 한 요리사는

육즙 많은 고기를 받치고도
흐물흐물 무너지지 않는

겉이 단단한 동그란 빵을
구워냈다.

1921년
그는 이 나라 최초의
햄버거 체인점을 열었다.

전쟁이 벌어져
독일이 적국이 되었던 시절에는

그 도시 이름이 불편해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는 말도 있었지만

햄버거라는 이름은
끝내 살아남았다.

소고기를 굵게 다져
손바닥으로 둥글고 납작하게 빚는다.

소금과 후추를
툭툭 뿌린다.

달궈진 철판에 올리면
치익

기름이 튀어 오르며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한 번만 뒤집는다.

겉은 짙은 갈색으로 바삭하게 그을리고
속에는 육즙이 가득 고인다.

마지막에 치즈 한 장을 얹으면
열기에 녹아 가장자리로 흘러내린다.

동그란 빵을 반으로 갈라
철판에 노릇하게 굽는다.

아래쪽 빵에
아삭한 양상추를 깔고

붉은 토마토 한 조각
얇게 썬 양파와 새콤한 피클

위에
치즈 녹은 고기를 올린다.

케첩과 머스터드를
넉넉히 짜서

위쪽 빵으로
꾹 덮는다.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폭신한 빵이 먼저 눌리고
사이로 육즙이 터져 나온다.

손목을 타고
흘러내려도 좋다.

진한 고기의 고소함에
녹은 치즈의 짭짤함이 엉겨 붙고

양상추와 토마토가
아삭하게 기름기를 씻어낸다.

양파는 알싸하게
피클은 새콤하게

케첩의 달콤함과
머스터드의 톡 쏘는 맛이

한 입 안에서
차례로 터진다.

독일 항구 도시의 이름과
덴마크 이민자의 손과

바쁜 새 나라의
걸음 속도가

두 쪽 빵 사이에
한데 끼워져 있다.

미국 햄버거 하나에는

바다를 건너온 이들의 고향 요리와
공장 노동자들의 고단한 허기와

빠르고 맛있는 것을 원하던
한 손님의 재촉이

뜨겁게, 두툼하게
함께 구워져 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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