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가 무게를 만들었을 때

by은파랑

1777년, 제임스 쿡 선장은
통가의 섬에서 낯선 낱말 하나를 배워 돌아왔다.
타부, 손대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은 성스러운 것과
더러운 것을 함께 가리켰다.

사람들은 같은 문 앞에서
두려워하면서 경외했다.

욕도 그렇게 태어났다.
입에 올리지 말라고 한 순간
그 낱말에 힘이 깃들었다.

금지가 무게를 만들었고
무게가 낱말을 칼로 만들었다.

신경과학은 이야기한다.
욕은 문장을 짜는 자리가 아니라
감정이 머무는 깊은 곳에서 나온다.

말을 잃은 사람이
욕만은 온전히 기억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니 욕은
생각을 다듬어 내놓는 말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내지르는 소리였다.

금기는 그 소리를 가두려 했고
갇힌 소리는 더 단단해졌다.

처음 그 낱말을 배운 날
입안에서 오래 굴리기만 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어서 얼굴만 붉어졌다.

몇 해가 지나
같은 낱말을 웃으며 나누던 저녁
그 말은 더 이상 떨게 하지 않았다.

해방은 욕을 마음껏 하는 데 있지 않았다.
낱말 앞에서 떨지 않는 데 있었다.

금기가 걷힌 자리에서
욕은 다시 한낱 소리가 되었고
그것을 어디에 쓸지는 스스로 정하는 일이 되었다.

금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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