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없던 소년은 빈 시간을 찾아다녔다

빌 게이츠

by은파랑

1968년, 미국 시애틀. 학교 건물 안에 낯선 기계 하나가 들어왔다. 컴퓨터 단말기였다.

오늘날처럼 바카라상마다 컴퓨터가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단말기는 전화선을 통해 멀리 있는 컴퓨터와 연결됐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 자체가 돈이었다.

소년들이 화면 앞에 모였다. 그중 한 명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빌 게이츠. 열세 살이었다.

명령어를 입력한다. 잠시 뒤 결과가 돌아온다. 다시 고친다. 그에게 컴퓨터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생겼을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금세 줄어들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컴퓨터를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없는 컴퓨터를 기다리지 않았다. 빈 시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는 1955년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지역슬롯와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경제적·교육적 환경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 사실은 중요하다. 게이츠의 이야기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소년의 성공담으로 만들면 사실과 멀어진다. 그는 좋은 교육환경을 누렸다. 그리고 1967년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대학조차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레이크사이드의 학부모회는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 사용 시간을 마련했다. 소년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세상의 거의 모든 아이에게 없었던 문이 그의 앞에는 조금 열려 있었다. 하지만 열린 문과 그 문을 오래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게이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는 폴 앨런을 비롯한 친구들과 컴퓨터에 빠졌다. 프로그램을 입력했다. 실행했다. 오류가 났다. 다시 들여다봤다.

고친다. 다시 실행한다. 컴퓨터는 친절하지 않았다. 한 글자만 잘못 입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재미있었다. 자신이 만든 명령에 따라 기계가 움직였다. 문제는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컴퓨팅 자원은 비쌌다. 돈을 내고 사용해야 했다. 소년들이 원하는 만큼 밤낮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이 아니었다. 그런데 게이츠와 친구들은 여기에서 조금 다른 행동을 했다. 컴퓨터가 없다고 포기하는 대신 컴퓨터를 더 사용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회사와 기관의 시스템을 이용할 기회를 찾았다.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찾아주는 대가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얻기도 했다. 밤늦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들이 모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우리는 기회를 흔히 물건처럼 생각한다. 좋은 대학. 좋은 온라인 게임. 많은 돈. 좋은 장비. 유명한 사람과의 만남. 하지만 기회에는 훨씬 작은 모습도 있다.

비어 있는 시간. 사용하지 않는 공간. 누군가 빌려주는 장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수업.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프로젝트.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 게이츠와 친구들이 발견한 것은 바로 그런 틈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컴퓨터였다. 그들은 컴퓨터를 가질 수 없었다. 대신 질문을 바꿨다. 소유할 수 없다면 사용할 수 있는가. 낮에 안 된다면 밤에는 가능한가. 돈이 없다면 다른 일을 해주고 시간을 얻을 수 있는가. 기회가 없다는 말과 내가 원하는 형태의 기회가 없다는 말은 서로 다르다.

그렇다고 게이츠의 어린 시절을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1960년대 후반 컴퓨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중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레이크사이드의 환경 자체가 특별했다.

가족의 경제적 안정. 좋은 학교. 컴퓨터를 마련한 학부모들. 시애틀의 기술 환경. 그리고 폴 앨런을 비롯한 친구들. 이 모든 것이 중요했다.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조건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문 바로 앞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는 문까지 가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개인의 노력을 이야기한다고 구조적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기회가 주어져도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생긴다. 게이츠는 자신에게 열린 작은 문을 오래 사용했다. 특권을 인정하는 것과 그 사람이 기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동시에 가능하다.

게이츠와 폴 앨런은 점점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능숙해졌다. 학생 신분으로 학교의 시간표 작성 프로그램 작업에 관여하기도 했고, 이후 교통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트래프오데이터’라는 사업을 시도했다.

엄청난 성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다루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돈을 받고 기술을 제공하는 경험을 얻었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다. 윈도도 없었다. 세계적인 부자도 없었다. 그저 두 젊은이가 컴퓨터가 앞으로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5년. 한 잡지 표지가 그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Popular Electronics'. 표지에는 새로운 소형 컴퓨터가 실려 있었다. 알테어 8800. 게이츠와 앨런은 그것을 보았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놀라운 행동을 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찾아간 것이 아니었다. 먼저 알테어를 만든 MITS에 연락했다. 우리는 이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BASIC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아직 완성된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었다. 그들에게 알테어 컴퓨터 자체가 없었다.

보통은 여기서 기다린다. 컴퓨터를 구한 다음. 프로그램을 완성한 다음. 충분히 테스트한 다음.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 연락하자. 하지만 그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기회가 먼저 나타났다. 그리고 준비를 그 뒤에서 따라붙였다. 물론 이것을 무바카라임한 허풍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속이는 것은 기회 포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이미 프로그래밍 경험과 실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약속한 것이 아니었다. 준비가 0인 사람의 자신감과, 쌓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일을 맡는 용기는 다르다.

게이츠와 앨런은 서둘러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알테어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컴퓨터에서 알테어의 동작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개발했다. 실제 기계가 없어도 개발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또다시 같은 질문이었다. 없다. 그러면 끝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가. 코드를 입력한다. 오류를 고친다. 시간이 부족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폴 앨런이 뉴멕시코 앨버커키의 MITS로 프로그램을 가져가 시연했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실제 알테어에서 제대로 시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불러왔다. 기다렸다. 그리고 실행됐다. 작은 성공은 두 사람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1975년, 게이츠와 앨런은 ‘Micro-Soft’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컴퓨터. 소프트웨어. 두 단어를 합친 이름이었다. 게이츠는 하버드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사업에 집중했다. 여기에서도 흔히 잘못된 교훈이 만들어진다. 빌 게이츠도 대학을 중퇴했으니 대학은 필요 없다. 아니다. 게이츠가 성공한 이유가 대학을 그만두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가 대학을 떠날 때는 이미 오랜 프로그래밍 경험이 있었고, 폴 앨런이라는 동료가 있었으며, 실제 고객과 사업 기회가 나타난 상태였다. 남의 결정을 따라 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그 결정이 가능했던 조건까지 함께 보는 것이 판단이다.

1980년대 초 또 하나의 큰 기회가 찾아왔다. IBM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진입하려 했다. 운영체제가 필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직접 발명해 낸 회사가 아니었다. 기존 운영체제 기술을 확보하고 수정·개발해 IBM PC에 제공했고, 그것이 MS-DOS로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사용권과 사업구조를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한 회사의 기계로 끝나지 않고 여러 제조사의 컴퓨터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았다. 컴퓨터 한 대보다 그 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의 확장성을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나중에는 Windows가 등장했다. 컴퓨터가 회사와 학교를 넘어 가정으로 들어갔다. 소년이 사용 시간을 얻기 위해 찾아다니던 기계가 수많은 사람의 바카라상 위에 놓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다.

그러나 성공의 크기가 커지면서 비판도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지배력과 경쟁 방식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반독점 논쟁과 법적 문제에 직면했다. 기회를 잘 발견하는 능력과 그 기회를 독점하려는 힘은 다른 문제다.

처음에는 문을 찾아다니던 사람이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들어올 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서게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성공한 기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매출과 혁신만 보면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경쟁. 권력. 바카라임. 슬롯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보아야 한다.

기회를 얻는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과, 큰 기회를 가진 뒤 필요한 바카라임은 서로 다르다.

빌 게이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 있다. 컴퓨터가 아니다. ‘틈’이다. 레이크사이드에서 얻은 제한된 컴퓨터 시간.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 기업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 잡지에서 발견한 알테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 IBM이 찾고 있던 운영체제.

그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우리 역시 ‘나는 가진 게 없다’고 쉽게 말한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0인 경우는 많지 않다.

하루에 남는 삼십 분. 도서관. 인터넷 강의. 빌릴 수 있는 바카라. 무료 프로그램. 아는 사람 한 명. 학교의 빈 강의실.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서 배우는 응대 능력. 실패해도 크게 잃지 않는 작은 시도. 거창하지 않아서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 기회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는 일정표의 빈칸처럼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자신에게 부족한 것에 지나치게 주의를 빼앗기면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을 충분히 보지 못할 수 있다. 우리는 없는 것을 발견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돈이 없다. 시간이 없다. 장비가 없다. 인맥이 없다. 경력이 없다. 그래서 준비가 끝난 미래의 나를 기다린다.

하지만 삶의 조건은 좀처럼 완벽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재고를 조사하는 일이다. 내게 정말 없는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이미 있는 것은 무엇인가. 빌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교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 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작은 자원으로 무엇을 시험해 볼 수 있는가.

없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미래는 조건이지만, 있는 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실험이 된다.

물론 누구에게나 같은 빈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한 시간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돌봄을 맡은 사람에게 ‘시간을 만들라’는 말은 잔인할 수도 있다.

좋은 컴퓨터와 교육, 안전한 공간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출발선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빌 게이츠의 삶을 보며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다른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환경은 중요하다. 운도 중요하다. 슬롯적 자원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작은 여유가 생기는 순간에는 질문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십 분이라도 좋다. 하루에 한 페이지. 코드 몇 줄. 운동 한 세트. 지원서 한 문단. 아이디어 하나. 작은 것은 작기 때문에 가치 없는 것이 아니다.

반복되면 시간이 된다. 시간이 쌓이면 경험이 된다. 경험은 어느 날 기회가 나타났을 때 준비가 된다. 기회는 갑자기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기회를 알아보는 눈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 대개 없는 것부터 센다. 돈이 조금만 더 있으면, 시간이 생기면, 좋은 장비를 사면, 실력이 더 좋아지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고, 빌 게이츠에게 주어졌던 교육환경과 컴퓨터 접근 기회 역시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했다. 그러니 그의 성공을 노력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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