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시작한 여행은 이름이 되었다

루이 뷔통

by은파랑

1830년대 중반,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새벽빛이 산자락에 걸려 있었다. 길은 아직 젖어 있었고, 어린 소년의 구두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루이 뷔통.

열세 살 무렵이었다.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다. 소년은 고향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

기차를 탄 것도 아니었다. 자동차도 없었다. 두 발이었다.

훗날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그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걸어 파리에 도착했다고 나온다. 다만 정확한 이동 경로와 거리는 후대의 전기적 서술이 섞여 있어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그가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오랜 시간을 거쳐 파리로 향했다는 것이다. 주머니에는 가진 것이 많지 않았다. 유명한 집안의 이름도 없었다. 자신의 가게도 없었다. 그에게 가장 먼저 있었던 것은 길이었다. 그리고 길을 걸을 두 발이었다.

어떤 사람의 이름은 처음부터 간판에 적혀 있지 않는다. 오래 걸어간 발자국 끝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루이는 걷고 또 걸었다. 당시 여행은 지금보다 훨씬 느리고 불편했다. 길은 포장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비가 오면 진흙이 됐고 날이 추우면 몸을 피할 곳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훗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여행가방을 본다. 공항. 호텔. 기차역. 세계의 도시. 하지만 이름의 시작에는 여행가방조차 없었다. 자기 짐을 직접 들고 길을 걷는 소년이 있었다. 훗날 수많은 사람의 여행을 위한 가방을 만든 사람이 처음에는 자신의 두 발로 긴 여행을 시작했다.

1837년 무렵, 루이는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는 화려했다. 마차가 오갔다. 상점들이 있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여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여행에는 짐이 따라왔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규격화된 여행용 캐리어가 없었다. 옷과 물건을 보호하려면 튼튼한 상자와 트렁크가 필요했다.

특히 상류층의 여행에는 짐을 싸는 일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었다. 드레스. 모자. 구두. 장신구. 깨지기 쉬운 물건.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여행이 달라졌다.

루이는 파리의 유명한 상자 제작자이자 짐 포장 전문가였던 무슈 마레샬의 작업장에서 수습 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배웠다. 나무를 자르는 법. 천과 가죽을 다루는 법. 모서리를 맞추는 법. 짐의 모양에 따라 공간을 나누는 법. 손님이 무엇을 가지고 여행하는지 살피는 법.

소년의 손에 기술이 쌓이기 시작했다.

좋은 트렁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행하는 사람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무엇을 넣는가. 얼마나 오래 이동하는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가. 비가 오는가. 충격을 받는가. 짐을 여러 개 쌓아야 하는가.

루이는 물건보다 먼저 여행을 배웠다. 자신이 길 위에서 몸으로 경험했던 불편함도 어딘가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인을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깊은 솜씨에는 관찰이 들어 있다. 사람이 어디에서 불편해하는가. 기존 물건에는 무엇이 부족한가. 무엇을 조금 바꾸면 더 나아지는가. 좋은 물건은 만드는 사람의 손에서 시작되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불편을 바라보는 눈에서 완성된다.

루이는 오랫동안 기술을 익혔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았다. 수습생이었다. 직공이었다. 다른 사람의 작업장에서 일했다.

하루가 지나갔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 내 가게. 내 회사. 내 브랜드. 내 작품. 하지만 이름을 먼저 크게 붙인다고 그 이름이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이름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이름 아래 놓을 실력이다. 루이는 그것을 오랫동안 만들었다. 파리에 도착한 뒤 십수 년이 흘렀다.

1854년. 마침내 자신의 작업장을 열었다.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Louis Vuitton.

한때 길 위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던 소년의 이름이었다. 이제 그 이름이 파리의 가게 앞에 걸렸다.

그 무렵 여행의 방식도 변하고 있었다. 철도가 확대되고 증기선 여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자주, 더 멀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행이 달라지면 여행가방도 달라져야 했다.

당시 트렁크에는 둥글거나 볼록한 뚜껑을 가진 형태가 흔했다. 비가 흘러내리는 데에는 유리했지만 여러 개를 차곡차곡 쌓기에는 불편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은파랑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은파랑은 얘기꾼입니다.

5,42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8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5화불이 지나간 자리에 조각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