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테이블 위의 첫 달

3부 나만의 독립 기념일(1)

by유진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거실 테이블에 앉는다.

출근길의 번잡함도, 누군가의 결재를 기다리는 초조함도 없는 아침이다.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테이블 모서리에 닿으면 노트북을 연다. 이 시간이 대표로서 하루를 여는 나만의 의식이 되었다. 처음 며칠은 자리가 어색해서 노트북을 열어 놓고도 한참 창밖만 보았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와 고양이가 발밑을 지나가는 소리가 전부였고, 커피가 식는 줄도 몰랐다. 명함에서 온라인 게임이라는 단단한 껍데기를 떼어 내고, 내 이름 석 자와 직접 지은 회사 이름을 달고 보낸 첫 한 달. 조용한 구간을 지나 맞은 2월은 조용하지 않았다. 기분 좋은 낯섦과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번갈아 찾아왔다.


독립하고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도 그걸 실어 나를 배가 없으면 바다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곧 세상에 나올 첫 소설을 위해 나만의 채널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팟캐스트 '유밤물', 밤에 잡는 물고기다. 번듯한 스튜디오는 없었다. 침실 옆 1평도 안 되는 파우더룸에 마이크를 세웠다. 뒤에는 옷장이 있고 앞에는 화장대가 있는 좁은 방에서 매일 밤 물고기를 잡는 마음으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알고리즘의 파도에 한 번쯤은 올라타 보고 싶어서 쇼츠도 하루에 하나씩 만들어 올렸다. 조회수보다 먼저 익힌 건 감각이었다. 내 목소리가 누군가의 하루에 가닿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첫 쇼츠를 올리고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가 십 분 만에 다시 집어 들었다. 조회수는 한 자리 숫자였다. 그래도 그 숫자가 반가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유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라이프 디자인 기획자/작가

2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9화조급함은 생각보다 교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