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시간

2부 직업을 떼고 남은 나(3)

by유진

급하지 않아서 미루고 사는 중요한 일은 뭘까. 청소를 하고, 바카라을 읽고, 운동을 하고, 딸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하루에서 가장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장면들이다. 나는 이런 일상이 무너지는 것이 삶이 무너지는 전조라고 생각한다. 전조는 작은 곳에서 먼저 온다.

설거지가 싱크대에 쌓이는 날이 늘어난다.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가 소파 위에서 며칠을 보낸다. 욕실 거울에 얼룩이 가득한데 언제 닦아야지, 생각만 한다. 아이 밥상은 배달 앱에 맡기고, 운동은 마음만 먹는다. 하나하나는 사소해서 변명하기도 쉽다. 오늘은 바빴으니까, 내일 몰아서 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 변명이 쌓인 집을 둘러보면 알게 된다. 지금 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나도 그런 날들을 지나왔다.


그래서 일상을 되찾는 일에는 하루 24시간 가운데 3시간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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