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직업을 떼고 남은 나(1)
"그래서 지금 뭐 하세요?"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걸 담고 있다. 직업, 소득, 방향,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성공 여부까지. 퇴사 직후에는 건넬 명함이 없어서, 가벼운 네트워크 모임에 가서도 난감한 순간이 있었다.
지금은 이 질문에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다. 전업 투자자, 온라인카지노에서 연재하는 작가,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사업자등록도 했다. 말하자면 설명이 되는 사람이다. 대답을 들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단어들을 전부 떼어내면 나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말하지 않고, 경력을 말하지 않고, 나이를 말하지 않고 나를 설명하라고 하면 어떤 말이 남을까. 그 질문 앞에서는 말이 느려진다. 31년 동안 몸에 붙어 있던 단어들이 사라지고 나니, 남는 건 의외로 많지 않았다.
월급을 끊고 사업자등록을 하기 전까지 아홉 달 동안, 내 손에는 명함이 없었다. 수입은 불규칙해졌고, 통장 숫자 앞에서 계산기를 한 번 더 두드리는 밤이 늘었다. 그런데 정작 또렷해진 건 통장에 남은 숫자가 아니라 남지 않은 감정들이었다. 불안, 조급함, 그리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직업이라는 외피가 있을 때는 그 감정들이 일 속에 숨어 있었다. 외피가 벗겨지니 숨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나를 설명하던 말들을 하나씩 내려놓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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