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oint of view,
선을 그리다가 떠나게 된 시간차 여행의 바깥은 느린 풍경만이 등장한다. 캄캄하다. 아무것도 없다. 블루블랙의 변주되는 층위의 필름이 타다다담 넘어간다. 어떤 이의 옆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기필코 만나보겠다는 마음으로의 무사귀환은 잠시 덮어둔다. 오른쪽 옆구리 갈비뼈 아래 제법 굵은 혈관이 곤두설 때_운동을 심하게 했나?_가끔 시끌벅적한 광장이나 대형마트로 간다. 우리의 대부분은 접점을 만드는 카피캣일 것이다. 꿈틀거리며 붐비는 곡선의 궤도를 따라 이동한다. 까마득한 거리감이 먼저 도착해 버린다는 맹점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군중 속에 뭉친 근육을 던져 넣고 시도하는 숨쉬기 운동이 때로는 시간의 주인이 된다. 어둑해지는 저녁이다.
커피, 치즈, 너트만 사겠노라 다짐했지만 장바구니는 무거워진다. 리스트에 없었던 바케트와 홍로, 자색에 매료되어 덥석 집어든 햇고구마 한 박스와 세일 중인 바닥 청소용 세제와 정전기 청소포까지 채우니 카트의 바닥이 이미 안 보인다. 길고 깊은 붉은 카트의 구조상 상체를 수그렸다가 펼 때마다 옆구리 통증을 환기시킨다. 마트의 공간은 그대로인데, 진열된 상품의 종류와 위치, 규격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뭔가 커졌다. 묶음과 가격의 종류가 현란해진 느낌이다. 3+1, 5+1..., 한국 사람인 내가 즐겨 구입하던 물건은 많이 사라진 느낌이고, 중국인들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달려드는 유명브랜드의 과자류와 라면, 해조류와 건강식품, 화장품들에 간편 조리식까지 실시간으로 진열대가 채워진다. 회전 속도가 빠르다. 소소한 장을 보러 나온 현지인이 불현듯 이방인이 된다. 다국적 관광객들이 카트마다 지어 올린 욕망의 탑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슬아슬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여러 개의 카트를 동시에 끌고 다닌다. 정신이 없다. 통로가 막혀버린 상황,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최대한 부딪히지 않게 뚫고 나간다. 이런 경우 마트의 공간도 불시착한 외계의 또 다른 아우성이 된다. 왁자지껄한 활기로 넘쳐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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