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 일이 된다는 것

by흔적


좋아한다는 건 좀처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즐겁다는 것과는 다른 결이기 때문이다. 분야로 정의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고 물건으로 말하기엔 너무 단순하다. 그렇다고 순간의 감정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오래간다. 보통은 행위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또는 “난 사람 만나서 대화하는 걸 좋아해.” 같은 식이다. 그걸 직업과 연결해 보면 일의 특성이 될 수도, 일하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들었던 말 중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와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면 안 된다.’는 서로 상반된 말이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지만, 일에는 바카라임과 의무가 따르기에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더 이상 그 일을 좋아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흥미를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일하는 방식과 사람 문제, 현실적인 한계 같은 것들이 일 자체보다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용적인 사람들은 잘하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도 하니 잘하는 일을 선택하면 같은 노력을 해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슬롯 안에서 비교적 잘 살아갈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이 경제적인 수익과 슬롯적인 성취뿐이라면. 한편으로는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는 끝까지 해봐야 깊이가 생기고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먹고사는 일이기에 효율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세상은 독촉하지만, 그저 효율적이기만 한 사람이 되면 결국 그 뒤에 숨겨진 나라는 자아가 그게 아니라며 스멀스멀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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