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과 진심 사이

by흔적


적당히 넘어갈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 요령도 피울 줄 알고 지치지 않을 만큼만 에너지를 쓰는 등 효율적인 삶의 노하우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게 어른의 기준이고 성숙의 상징이라면 난 아직 멀었다. 도대체 어렸을 때 무엇이 덜 자랐기에 이토록 겹겹이 고민을 쌓아가는 것인지. 가끔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어쩌겠나. 그게 나라는 사람인 걸.


환경교육사 실기 첫 수업을 앞둔 나의 마음은 비장했다. 참고로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수강생 중 한 명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수업 전날 저녁엔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해 쉽게 잠들지 못했다. 신경 쓰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국가자격증 취득을 위한 과정인 만큼 20분 이상 지각하면 결석 처리될 정도로 출결 관리가 엄격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엔 너무 불편하다. 배차 간격이 30분인 광역버스를 한 시간 넘게 타고 가야 한다. 도시락 싸는 시간까지 계산해 보니 적어도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 수업이 있던 날, 결국 도착해야 할 시간에 일어나는 악몽을 꾸었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도대체 이 수업이 나에게 뭐길래 이렇게까지 부담을 느끼는 걸까. 아무도 시킨 적 없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일인데, 왜 이렇게 목 끝까지 긴장감이 차오르는 걸까. 덕분에 수업 시작 3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 첫날의 수업을 잘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긴장이 조금 풀렸지만 꿈의 내용은 더 지독해졌다. 우리 집 고양이 룽지가 창가의 방충망을 열고 나가 비둘기를 사냥한 뒤 내가 자고 있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기절할 것 같은 장면에 괴성을 지르다 꿈에서 깼고, 또다시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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