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건강 이야기는 그만

by흔적


주말 오후,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다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점심을 먹으러 동네 중국집에 갔다. 최근에 사장님이 바뀌었는데 가게도 더 깔끔해지고 음식도 맛있어졌다. 중식 메뉴에는 대체로 고기가 들어가는 편이라 나는 언제나 고민 없이 해산물이 들어간 짬뽕을 시킨다. 남편과 아이는 짜장면 곱빼기와 미니 탕수육을 시켜 둘이 나눠 먹기로 했다.


주문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대신 집에서 미리 챙겨 온 물컵과 손수건을 가방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아이가 종이컵을 쓰려고 시도한 적이 많아 잽싸게 물컵에 물을 채워놓는 일이 어느새 나의 습관이 되었다. 엄마가 평소에 이렇게 열심히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데, 왜 종이컵을 쓰려는 걸까 하고 아쉬웠던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가 원하는 건 종이컵이 아니라 ‘식당 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당에 있는 컵은 집에서 쓰는 익숙한 컵과 달라 새롭기 때문에 사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식당에 다회용 컵이 비치되어 있으면 무조건 그 컵을 사용하고, 종이컵이 놓여 있을 때만 챙겨 온 물컵을 꺼낸다. 식당에 가기 전 그 식당이 종이컵을 사용하는 곳인지 찾아보는 것 또한 나의 일관된 루틴 중 하나다.


짬뽕은 국물이 칼칼하고 깔끔했다. 해산물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남편도 아이도 맛있게 먹었다. 자주 사주지 않는 짜장면이 맛있었는지 아이는 허겁지겁 먹었다. 원래는 집밥을 해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남편은 아이에게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라고 미리 일러두었다.


“오랜만에 먹으니 좋긴 한데 저녁엔 집에서 밥 먹자.”

“난 식당에서 먹는 게 더 좋은데….”

“그래도 집에서 해 먹는 게 더 건강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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