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듣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때의 상황이 생각난다. 정확히는 그 상황 속에서 느꼈던 감정이다. 집 앞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홀짝일 때 들었던 노래는 아직도 그 시절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혼자 들으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상상하게 했던 Moses Sumney의 〈Plastic〉은 내게 ‘출발’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반면, 야근하며 들었던 그 신나는 노래들은 다시 들어도 지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용량이 꽉 찬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정리하다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제로웨이스트숍을 막 시작했을 무렵에 찍었던 사진들이다. 텅 빈 가게 안에서 공사 중인 모습, 가게 앞 종이팩 수거함, SNS에 올리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찍었던 제품 사진들이 가득했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재빠르게 서버에 사진들을 옮긴 뒤 지워버렸다.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 사진들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어려운 걸까.
특별히 나를 힘들게 했던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마음이 분주했고 고민이 많아 복잡했다. 자영업도 처음인데 동업도 처음이고, 게다가 주변에서 흔치 않은 친환경 상점이라니. 낯설었고 어설펐고 막막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것에 비해 뭘 해도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자꾸 멈칫하게 되었다. 손에 움켜쥐려고 하면 할수록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멈춰 있을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해나갔다. 그 시기에 찍은 사진들은 피사체와 상관없이 내게 숱한 고민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출근 전 호수 앞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찍었던 사진을 보니, 절반은 복잡하고 절반은 차분히 내려앉은 그때의 마음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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