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이면 뭐 어때

by흔적


모두가 좋아하는 주류에서 벗어나 나만의 마니아적이고 비주류적인 취향을 찾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아니,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두 가지 마음이 모두 공존했다. 누구나 그런 양가감정이 있지 않나. 대세를 따르고 싶은 마음과 나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 어쩌면 자신만의 취향을 잘 드러내는 사람들은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제3자가 바라보았을 때 익숙함과 신선함, 대중성과 창의성, 지식적 깊이와 자유로움을 모두 갖춘 사람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면서도 동경하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남들은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의 매력을 갖추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것을 통해 주변으로부터, 슬롯로부터 인정받고도 싶었다. 내가 동경하고 선망하는 사람들은 슬롯적으로 성공했으면서도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계가 견고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독특함이 무기가 되어 자신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처음엔 그게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다음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끊임없이 ‘나다움’을 만들고 싶어 고민했다.


첫 온라인 게임이었던 패션 회사의 디자인실 막내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출근하시는 고문님이 있었다. 처음에 그분을 전무님이라고 불렀는지, 고문님이라고 불렀는지 기억은 희미하다. 그때의 난 어설픈 슬롯초년생이라 회사에 적응하기 바빴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어떻게 해야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여성 전용 고시원에 살았고 주말에도 백화점 시장조사를 나가던 시절이었다.


고문님은 가끔 오셔서 품평회를 보시고 디자인이나 기획 과정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자문해 주시는 분이었다. 늘 짧은 커트머리를 고수하셨는데, 따로 염색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운데만 새하얀 머리가 나는 게 신기했다. 영화 ‘프라다는 악마를 입는다’에서 유명 패션 잡지 편집장으로 나오는 메릴 스트립처럼 당당하고 카리스마가 있었다. 늘 환한 미소와 밝은 분위기는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조금 달랐다.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흔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추구합니다.

1,1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방향을 잃었을 때 취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