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
수지의 추억이 그림자처럼 지나갔다.
그녀의 부모님이 가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랬다. 시장에서 튀긴 닭 한 마리를 누런 봉투에 담아 오면 지난 신문지를 깔고 한자리에 둥그렇게 앉아서 함께 뜯어먹곤 했다. 그 시절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어도 마음만은 풍요로웠다.
수지에게 익숙해 있던 그때 그 치킨의 맛이 지금은 배달앱 치킨으로 둔갑했다. 어찌 보면 생뚱맞은 생활로 편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어느새 수지는 전자매체의 급속한 속도에 젖어가고 있었다. 그 세계는 인간의 따스한 감정을 앗아갔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의 세계가 상당히 편리하네. 물질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신속함이 3차원 공간 속으로 파고드네. 인간인 나에게 과연 이 삶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발생하는 감정이 빙하가 녹는 시간만큼 사라지고 있다며 노랑머리는 근심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무언가 어색하고도 불편한 식탁의 조합을 그려 보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조상들과 현재라는 세계를 바카라임지고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갈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주방 벽에 걸어 둔 달력 속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은 레오나르도의 작품인 '최후의 만찬'이었다. 얼을 놓고 있을 쯤에 '모비딕'이 수지를 불렀다.
"치킨 먹다 말고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거야? 수지."
"저기 달력에 있는 그림 좀 봐! '모비딕' 식탁 한가운데 예수님과 열두 명의 제자가 앉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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