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암시

by김은정

수지의 추억이 그림자처럼 지나갔다.

그녀의 부모님이 가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랬다. 시장에서 튀긴 닭 한 마리를 누런 봉투에 담아 오면 지난 신문지를 깔고 한자리에 둥그렇게 앉아서 함께 뜯어먹곤 했다. 그 시절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어도 마음만은 풍요로웠다.

수지에게 익숙해 있던 그때 그 치킨의 맛이 지금은 배달앱 치킨으로 둔갑했다. 어찌 보면 생뚱맞은 생활로 편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어느새 수지는 전자매체의 급속한 속도에 젖어가고 있었다. 그 세계는 인간의 따스한 감정을 앗아갔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의 세계가 상당히 편리하네. 물질의 세계가 가져다주는 신속함이 3차원 공간 속으로 파고드네. 인간인 나에게 과연 이 삶이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발생하는 감정이 빙하가 녹는 시간만큼 사라지고 있다며 노랑머리는 근심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무언가 어색하고도 불편한 식탁의 조합을 그려 보기도 했다.

'그것은 아마도 조상들과 현재라는 세계를 바카라임지고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갈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득 주방 벽에 걸어 둔 달력 속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림은 레오나르도의 작품인 '최후의 만찬'이었다. 얼을 놓고 있을 쯤에 '모비딕'이 수지를 불렀다.

"치킨 먹다 말고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거야? 수지."

"저기 달력에 있는 그림 좀 봐! '모비딕' 식탁 한가운데 예수님과 열두 명의 제자가 앉아 있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은정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온라인카지노에서 독자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설렘도 있습니다. 음악을 무척 좋아합니다. 다양한 주제로 인사드리겠습니다.

14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