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의 세계
하늘이 베풀어 주는 이 충만한 시간, 매일 가게에 들르면서 만나는 이웃들, 그들의 표정 속에 스며든 고뇌와 평화가 수지의 마음속에서 나비처럼 나풀거릴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모비딕'은 신데렐라의 계모 얼굴로 둔갑해 있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뭘 그렇게 많이 샀어?" 할머니는 인상을 쓰며 불만스러운 듯 수지를 보며 투박하게 말했다.
왼쪽 다리에 한 의족으로 걸음걸이가 서툴렀던 '모비딕'은 몸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노랑머리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어부들에겐 신화의 향유고래다. 깊은 바다에 사는 그 고래 크기는 아마도 17평의 크기보다 훨씬 더 길었을 것이다. 머리부위의 기름은 등불을 밝히는데 유용하게 쓰여서 가치가 있었다. 이 고래를 잡기 위해서 어부들은 목숨을 잃을 각오도 한다. 그만큼 쓸만한 향유고래라지만 어부들을 공격할 때는 무시무시했다. 신화 속의 '모비딕'은 수지에게도 존재했다. 그분은 하루 세끼 식사로 식탁을 점령하는 대식가였다. 이러한 '모비딕'의 유리알 식탁을 꾸미는 사람은 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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