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열차에 실어 보내온 세월

지나온 회상

by자봉

굳은살 베인 청춘의 기억을 돌아보면 내 삶의 청춘은 늘 춥고 어두운 새벽녘의 공기와 닮아 있었다.


가난이라는 것은 어릴 적부터 그늘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남들은 한창 미래를 꿈꾸며 바카라과 씨름할 고등학교 시절, 나는 당장 하루하루의 삶을 버텨내는 것이 먼저였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고등학교를 마치는 것조차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아슬아슬했다.


학창 시절 내내 힘들었기에 학교생활에 대한 즐거운 추억이 없는 게 아쉽다

어떻게 어떻게 서너 가구가 기거하는 산촌의 촌놈이

고등학교 졸업장은 간신히 받아왔지만,

그러나 세상은 졸업장 하나로 순순히 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10시간 소요되는 비둘기호 완행열차에 무작정 몸을 싣고 상경하여 서울이라는 낯선 대도시의 바다에 던져졌을 때,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서울 도심 곳곳을 전전하며 온갖 음식점과 표구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백화점 지하 주차장과, 사람들의 발길이 어지럽게 오가는 행사장의 찬 바닥에서 24시간씩 근무할 적에 바람이 옷깃을 뚫고 들어오면 입김을 불어 손을 녹이며 생각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 닥치더라도 이 힘든 고난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버텨내야 할 내 몫의 무게다.’라고 어금니를 악물고 버텨왔다

그 이후 입대한 현역 군대 생활 3년은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마음 한구석은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현역병으로 강원도 동부전선 산골짜기에서 계급장의 무게를 견디며 33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병장으로 만기 전역하던 날, 연병장을 나오며 바라본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고 맑았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이었다.

손에 쥔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 다시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전역 후의 나날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빌딩의 야간 경비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밤을 새워 공부를 시작했다.


졸음이 몰려오면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어내고 , 건물에서 경비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잠깐잠깐 바카라을 보면서 어두운 불빛 아래서 바카라장을 넘겼다.


내게 배움이란 한을 푸는 일이었고, 이 고단한 삶의 밑바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밧줄이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거쳐 김포국제공항 관리공단 관리직과 체신행정직. 경찰직 철도청 역무직ㆍ지방행정직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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