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천의 코스모스
가을이 나를 부른다
코스모스 꽃 이 나를 부른다
나에게 산이 손짓을 하며 빨리 오라고 부른다
만화방창 가을꽃 들이 어서 오라고 부른다
강매동 창릉천에서 가을이 본색을 드러내면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문이 된다.
산이 부르고, 강물이 부르고, 들판의 단풍과 꽃들이 손짓하는 절기. 집 안 창문으로 넘어오는 바람의 결만 느껴도 다리가 먼저 반응한다.
10월의 아침 햇살은 투명하고, 공기는 은은하게 식어가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알린다.
멀리 유명한 지방의 꽃밭까지 가려면 도로 위에서 막히는 차들과 씨름하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기 쉽다
하지만 집에서 차로 불과 15분 남짓 거리인 고양시 강매동 창릉천 변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다정하고 편안한 가을 안식처다.
(강매동 석축공원의 코스모스)
차를 운전해 강매동 입구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외지에서 찾아온 차량과 사람들로 들썩인다.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차들이 차곡차곡 들어차고, 알록달록 옷을 차려입은 나들이객들의 표정에는 가을을 맞이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창릉천 넓은 고수부지에 뿌려진 코스모스와 황화 코스모스는 매년 이맘때면 장관을 이루어, 멀리 가지 않고도 가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명소가 되어 준다.
차에서 내려 둑방길로 들어서자 알싸하면서도 고소한 가을 들꽃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햇살 아래 흩날리는 진분홍, 연분홍, 그리고 주황빛 황화 코스모스의 물결이 눈앞에 일렁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송이 꽃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들며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이것 보세요, 꼭 주황색 물감이 들판에 쏟아진 것 같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광객들을 바라본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꽃잎이 포개진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그 모습이 참 따뜻하고 정겹다.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걷는다.
키 큰 코스모스 사이로 들어서면 마치 꽃으로 만든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강매동 꽃밭의 또 다른 매력은 꽃밭 바로 옆으로 길게 이어진 둑방길과 고풍스러운 나무들이다.
둑길을 따라 줄지어 선 오래된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거대한 그늘 터널을 만들어주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볕은 마음까지 아늑하게 채워준다.
둑길을 걷고 천천히 달리면서 지나온 세월들을
잠시나마 회상한다
아직까지 우리 엄마와 누나 그리고 남동생들,장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인생이 참 즐거울것인데 너무 일찍 떠나버려 애석하고 슬프다
그렇지만 마냥 지난날들을 회상과 추억만 할수 없다 젊은 날 바쁜 일상에 치여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흘려보냈던 너무나 아쉬운 시간들ㆍㆍ
그때는 가을이 오면 그저 스산함과 쓸쓸함이 먼저 찾아왔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삶의 속도를 줄이고 보니 가을은 그 어떤 계절보다 풍요롭고 다채로운 색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때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
지금은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일상이 주는 작은 축복이다.
가을은 늘 기다림에 비해 너무나 짧게 스쳐 지나간다.
코스모스가 고개를 숙이고 나면 곧이어 들국화와 국화가 산천을 물들일 것이다. 그리고 찬바람이 매서워지면 은행나무는 노란 잎들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계절이 흘러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오늘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ㆍ
친구들과 함께 온몸으로 만끽한 계절의 조각들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남을것이다.
짧아서 더 애틋하고, 스쳐 지나가기에 더 눈부신 가을!
오늘 강매동의 주황빛 코스모스와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가슴 가득 담아두었으니, 다가올 추운 계절도 따뜻하게 맞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부지런히 이 계절의 안부를 물으며 다시 인생 후반기 길을 나서야겠다.
(코스모스속에 묻혀 행복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