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기다려 준 사람

아직도 왼쪽 팔꿈치가 욱신욱신 아프다.

아스팔트에 쓸려서 팔꿈치는 온통 살갗이 벗겨지고 멍이 들었다.

팔을 접었다 폈다 하는데도 따갑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쓰라려서 "쓰읍" 소리가 절로 난다.

신 레몬을 먹은 것처럼 얼굴은 찌그러진다.




날이 워낙 더우니 버스 정류장에 잠시만 서있어도 땀이 목덜미를 타고 주르륵 흐른다.

길 건너 내가 탈 마을버스가 오고 있다.

저걸 놓치면 35도 뜨거운 날, 땀 흘리고 서 있어야 한다.

뛰어가서 시원한 버스 안에 있는 게 훨씬 낫다.


마침 사람들이 타고 있어 바로 출발할 기미가 없다.

전속력으로 우다다 달렸다.

쓰고 있던 양산까지 접고 캔버스백은 어깨에 메고 잘 뛰었다.


길을 잘 건너고 열려 있는 문 바로 앞에서 난 그대로 슬라이딩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도대체..............

아!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니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창피했다.

바닥도 뜨거웠다.


정류장에서 옹기종기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버스 안 사람들도 나를 봤을까?

버스는 곧 떠나겠지.........

어서 가라.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참,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났다.


정류장에 서 있던 두 사람이 나를 양쪽에서 잡아 일으켜 주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연거푸했다.

그런데 버스가 안 떠나고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넘어진 나를 배려해서 기다려 주다니.

엉거주춤 일어나서 버스를 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앗! 어떻게 이런 일이!

버스 기사는 다름 아닌 재활용 쓰레기, 할머니, 가제 손수건

바로 그 사람이었다.

오늘은 흰 옷을 입고 무뚝뚝한 얼굴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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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바로 그 운전기사였다.

그분은 날 알아보지 못했지만,

자리에 앉으니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다려 준 그 마음이 고마워서,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재활용 쓰레기를 가득 싣고 탔던 그 할머니를 타박하던 사람.

나는 그 사람을 차갑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장 창피하고 쓰라리게 아팠던 날,
그 사람은 누구보다 조용히 나를 기다려 주었다.


왼쪽 팔꿈치도 왼쪽 다리도 욱신거렸다.

창밖으로 여름 햇살은 여전히 뜨겁고,

운전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내가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제야 생각했다.

사람을 이해하기에는,
내가 본 장면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마을버스 #운전기사 #넘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