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태어나서일까?
쨍한 햇살도, 달큰한 복숭아와 오독오독 씨가 씹히는 참외도 좋다.
매콤한 고추씨가 들어 있는 열무김치와 약간 태운 듯한 계란프라이.
달콤 매콤한 고추장 조금, 코를 씰룩거릴 만큼 고소한 향의 참기름이면 충분하다.
반포가 지금처럼 고층 아파트로 변하기 전, 초등학교 때 여름밤이 생각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면 아파트 앞 평상 위로 수박과 참외를 썰어 엄마들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가끔 아빠들도 나오셨다.
모기를 쫓느라 놓아둔 달팽이처럼 말린 초록색 모기향은 바지직 파지직 타들어 갔다.
낮 동안 달궈진 화단 옆 아스팔트 위에 널어놓았던 빨간 고추들은 어느새 걷은 뒤였다.
우리들은 술래를 정해 다방구 놀이를 신나게 했다.
술래가 숫자를 세는 동안 우리들은 우다다 빠르게 도망쳤다.
잡혀 있는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도 구출해 줘야 한다.
한쪽에서 여름밤을 가르며 딱! 딱!
딱지의 앞 뒤를 뒤집어가며 딱지치기를 하던 남자아이들도 생각난다.
목청 터져라 소리 지르고,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깔 웃어도 괜찮았다.
가로등 불빛이 우리를 밝혀 주고 있었다.
놀다가 돌아보면 엄마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와서 수박 먹어!
참외 먹어!
평상 위에 있던 엄마들은 퇴근하는 아빠들을 반겨줬다.
눈을 감으니 그때의 장면이 영화 필름처럼 돌아간다.
따뜻하고 다정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복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