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피라미드의 비극
기업 HR의 채용 파트에서 지원자가 바닥을 드러낼 때 마주하는 궁극의 딜레마가 있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허들을 낮춰서 '아무나' 받을 것인가, 아니면 업무 마비가 오더라도 기준 미달자를 걸러내고 퀄리티(Quality)를 유지할 것인가?"
보통의 기업이라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후자를 택한다. 기준 미달자가 조직에 들어왔을 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 사고 수습 비용, 그리고 기존 우수 인력들의 사기 저하가 빈자리로 인한 타격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제(정원)'를 100% 채우는 것이 지상 과제인 거대 위계 조직, 특히 현재의 해병대에서는 이 HR의 기본 상식이 처참하게 박살 나고 있다.
현재 해병대의 모집 상황은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장교, 부사관, 병을 가리지 않고 전 계층에서 조직의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가장 규모가 큰 병(일반병) 모집을 보자. 2022년부터 2023년 내내 경쟁률이 0.2~0.7대 1을 맴돌며 만성적인 미달 상태에 빠졌다. 특히 2023년 하반기 정기모집에서는 정원 829명 중 고작 202명만 접수하며 0.2대 1이라는 경이롭고도 처참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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