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소령이 해병대에 온다면
해병대에는 현대 조직행동론 교과서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기괴하고도 특수한 조직 문화가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도 유명한 '기수 문화'다.
"너 몇 기야?"
"필승! 병 0000기입니다!"
이 짧은 문답은 일종의 마법 주문과도 같다. 대학교 개강 총회, 왁자지껄한 온라인 게임 회식 자리, 심지어 우연히 잡아탄 택시 안에서도 이 주문은 시공간을 초월해 작동한다. 일면식 하나 없는 남남이 단지 '같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밥값을 대신 계산해 주고, 하룻밤 새에 피를 나눈 형 동생으로 둔갑한다. 현역과 예비역의 경계마저 무너뜨리는 이 맹목적인 네트워크를 외부인들은 기이하게 쳐다보지만, 내부자들끼리는 이를 해병대만의 독보적이고 끈끈한 '전우애'라 부르며 진하게 심취한다.
HR 관점에서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실로 경이로운 수준의 '비공식 조직(Informal Organization)'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의 민간 기업에서 비공식 조직이란 사내 동호회나 입사 동기 모임처럼 공식적인 업무 체계를 윤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다. 그러나 해병대의 기수 문화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동기간의 결속을 다지고 선후임 간의 관계를 설정한다는 명목하에 탄생한 이 사적 서열은, 종종 국가가 법으로 부여한 공식적인 위계와 계급마저 가볍게 씹어먹는 거대한 그림자 권력으로 군림한다.
이 '전우애'라는 이름의 끈끈한 관계망이 이직도 탈출도 불가능한 폐쇄적인 실무 부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는 서늘한 블랙코미디로 장르를 급선회한다. 모두가 끈끈한 형 동생이 된다는 것은, 역으로 말해 '공식적인 시스템'이 작동해야 할 자리를 '사적인 관계와 눈치'가 대체해 버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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