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사직서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월급날이 되면 통장에 돈이 들어왔고, 연차를 내면 여행을 갈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닌다는 건 여러모로 편리한 일이었다. 적어도 다음 달에 무엇을 하며 살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런데 온라인 게임생활이 길어질수록 일보다 사람을 견디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었다.
회사에는 여러 종류의 인간이 있었다.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바쁜 척하는 사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부리는 사람.
온라인 게임생활의 불행은 대개 이런 식으로 찾아온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이 생겼다. 나는 납득되지 않는 일에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매번 싸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일을 하러 온 것이지 누군가의 성격을 고쳐주러 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을 곧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하루는 점심시간이었다. 매번 팀과 함께 먹는 식사였지만 그때는 그게 사내문화여서 똥씹은 얼굴로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비를 내 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정산받는 시스템도 짜증이 났지만 나는 짜증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매일 고역을 견디고 있었다. 할 말도 바닥이 났고 그러다 사업내 회의비가 남아 있었단 사실이 기억났다.
“본부장님, 회의비가 남았는데 어떻게 쓸까요.”
“OO수산이 낫죠.”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퇴근 후 OO수산에 들러 영수증을 받아왔다. 그때는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상급자가 지시한 일이었고, 나는 그 지시에 따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뒤 감사실에서 조사가 시작됐다. 전문가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 회의비가 사용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전문가가 참석하지 않았는데 회의비가 사용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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