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등학교에서 더 크게 흔들릴까요?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이번 질문은 실제 상담 사례에서 가져온 이야기입니다.
고1 학부모님들께서 자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중학교 때는 정말 잘했어요. 전교권까지는 아니어도 늘 상위권이었고, 수행평가도 잘 챙겼고, 학원 숙제도 밀리지 않았어요.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아이였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오더니 성적이 확 떨어졌습니다."
어머님은 많이 당황해하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원래 공부를 못하던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숙제도 성실하게 했고, 학원도 꾸준히 다녔고, 시험기간이 되면 나름대로 집중하는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때는 그런 방식으로 충분히 성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게을러진 걸까요?"
"고등학교 공부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학원을 잘못 보낸 걸까요?"
"중학교 성적이 원래 거품이었던 걸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을 자주 만납니다.
중학교 때는 잘했는데, 고등학교에 오자마자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성적표 앞에서 아이도 부모도 함께 흔들리는 장면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못해진 것이 아닙니다.
공부의 게임 규칙이 바뀐 것입니다.
중학교 때 잘했던 아이는 왜 고등학교에서 더 크게 흔들릴까요?
중학교 때의 성공 방식이 고등학교 공부를 방해할 때가 있습니다.
Q. 중학교 때 잘했던 아이는 왜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무너질까요?
중학교 때 잘했던 아이에게는 대개 자기만의 성공 공식이 있습니다.
"나는 시험 직전에 집중하면 돼."
"나는 학원 숙제를 잘 따라가면 성적이 나온다."
"나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성실하게 하는 편이다."
"나는 하면 잘하는 아이." 기타 등등, 이런 자기이해가 있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학교 때의 성공 경험은 중요한 자산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느껴봤다는 뜻이고, 일정한 성실함을 가져봤다는 뜻이며, 시험을 준비해서 결과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고등학교에서도 그대로 통한다고 믿을 때 생깁니다.
중학교 때는 시험 범위가 비교적 좁습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반복한 문제가 시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험 직전에 몰아서 외우고, 학원 숙제를 성실히 하고,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범위가 넓어집니다.
개념이 깊어지고, 문제의 변형이 커집니다. 학교 수업, 교과서, 프린트, 수행평가, 서술형 문제가 한꺼번에 얽힙니다. 이때부터 학원 숙제를 했다는 것과 학교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이 더 이상 같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학교 때 잘했던 아이들이 흔들립니다.
공부를 안 해본 아이만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학교 때 꽤 잘해봤기 때문에 더 크게 흔들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해오던 방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성적만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는 하면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이해도 함께 흔들립니다.
그래서 아이는 생각보다 깊게 당황합니다.
"나는 원래 잘했는데?"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애가 아니었는데?"
"전에는 이렇게 하면 됐는데?"
"그럼 이제 뭘 믿고 공부하지?"
이때 부모가 "너 왜 이렇게 게을러졌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더 닫힙니다. 실제 문제는 게으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여전히 성실한데도, 그 성실함이 고등학교 공부에 맞게 바뀌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의 성실함이 고등학교에서 무너지는 이유는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성실함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오래 앉아 있는 학생보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학생이 강합니다. 숙제를 많이 한 학생보다, 숙제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 아는 학생이 강합니다. 문제를 많이 푼 학생보다, 내가 왜 틀리는지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 강합니다. 성적 하락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나는 원래 잘했는데'라는 과거형 자존감에 갇히는 것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떨어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로만이 아닙니다.
"괜찮아. 너 원래 잘했잖아."
이 말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지금의 공부에 맞게 업데이트하는 일입니다.
Q. 고등학교에서 다시 성장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질문입니다.
"왜 성적이 떨어졌지?"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지금도 중학교 때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지는 않나?'를 물어야 합니다.
중학교 때 통했던 방식이 고등학교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험 직전에 몰아치는 방식
학원 숙제만 끝내고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방식
문제를 많이 풀면 실력이 오른다고 믿는 방식
해설을 보고 이해하면 안다고 생각하는 방식
틀린 문제를 다시 보지 않고 넘어가는 방식
학교 수업보다 학원 진도를 더 중심에 두는 방식
위에 정리해드리는 저런 방식들이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를 계속 같은 벽으로 데려갈 수 있습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들은 보통 더 많이 시키려고 합니다.
학원을 하나 더 넣습니다. 문제집을 하나 더 삽니다. 인강을 하나 더 듣게 합니다. 공부 시간을 더 늘리려고 합니다. 물론 공부량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공부량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방식이 맞지 않는 아이에게 '더 많이'만 요구하면 같은 실패를 더 많이 반복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이 하면, 같은 방식으로 더 많이 무너집니다. 고등학교에서 다시 성장하려면 '한 번 더'가 아니라 '확실히 다르게' 해야 합니다.
첫째, 숙제 중심에서 수업 복습 중심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중학교 때는 학원 숙제를 잘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성적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험은 학교 수업에서 나옵니다. 교과서, 프린트, 선생님의 설명, 수행평가의 방향, 서술형 문항이 모두 학교 수업 안에서 움직입니다. 학원 숙제를 했다는 것과 학교 시험을 준비했다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그날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날 다시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길지 않아도 됩니다. 그날 배운 개념을 다시 읽고, 수업 중 표시한 부분을 확인하고, 선생님이 강조한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문제량 중심에서 오답 원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시험은 문제를 많이 풀었다고 자동으로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틀린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입니다. 계산이 틀렸는지. 조건을 놓쳤는지. 개념을 몰랐는지. 문제의 요구를 잘못 읽었는지. 시간에 쫓겨서 무너졌는지. 해설을 보면 알지만 혼자서는 못 푸는 상태인지. 기본적으로 이런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시험은 틀린 문제의 개수보다, 같은 방식으로 틀리는 습관을 더 크게 벌줍니다.
셋째, 자신감 회복보다 성공 방식의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중학교 때 잘했던 아이에게 부모님은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너 원래 잘했잖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다음 시험에는 다시 올라갈 거야."
아이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 말이 아이에게 부담이 될 때도 있습니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예전에는 잘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방식으로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말은 "너 원래 잘했잖아"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중학교 때 통했던 방식이 지금도 통하고 있을까?"
"학원 숙제를 끝낸 뒤에 네 공부가 따로 남고 있을까?"
"학교 수업에서 나온 내용이 시험 전까지 다시 돌아오고 있을까?"
"틀린 문제를 다시 볼 때, 왜 틀렸는지까지 남기고 있을까?"
"이번 시험에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서 무너진 지점이 있을까?"
이 질문들이 아이를 다시 공부로 데려옵니다.
저렇게 스스로 물을 수 있도록, 메타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은, 꽤 까다롭습니다. 비폭력대화에 기반한 상담적 관계형성과 존중력에 기반한 학습적 소통이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별도 칼럼에서 다루겠습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자신감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자기 방식을 수정하는 과정입니다. 중학교 때 잘했다는 사실은 지워야 할 과거가 아닙니다. 그 성실함, 집중력, 성취 경험은 분명 아이의 자산입니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그 자산을 다른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성실함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성실함이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학원 숙제 뒤에 자기 점검이, 학교 수업 뒤에 복습이 남아야 합니다.
틀린 문제 뒤에 원인 분석이 남아야 합니다.
시험 뒤에는 다음 시험에서 바꿀 행동이 확실히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것이 고등학교 공부입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은 아이가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중학교 때의 성실함이 사라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그 성실함을 쓰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중학교 때 통했던 방식이 고등학교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믿으면 아이는 계속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는 "나는 왜 안 되지?"라고 묻게 됩니다.
이때 우리도 똑같이 "너는 왜 안 되니?"라고 물어서는 안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지금도 예전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지는 않나? 무엇을 바꿔봐야 하지?"라고 좀 더 용기있게 돌아볼 수 있도록 비계(scaffolding)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떨어진 것은 실패의 선언이 아닙니다.
공부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어려우시면, 이 칼럼을 같이 읽어보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혹시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라며 넌지시 생각을 물어보세요. 무언가 다음 단계의 대화로 발전할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본 글은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컨설턴트 박태찬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2차 가공 및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