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학습한다 / 유연주의 학습이론의 시작
교육은 아이를 '가르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실이 바카라상도 식탁도 상담실이 자습실이 배운다
학교 복도도 배운다
카지노톡 대화창도 배운다
성적표가 한 번 놓였던 자리도 배운다
공간은 과거를 보관하지 않는다
공간은 과거를 다시 발생시킨다
아이가 교실에서 배운다
아이가 학원에서 상담실에서 집에서 배운다
이 문장은 너무 인간중심적이다
공간의 행위자성이 지나치게 맹점화된다
벽은 벽이고 바카라상은 바카라상이고 의자는 의자이고 식탁은 식탁이고
그 안에서 인간만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교육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는 공간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배운다
더 정확히
공간도 아이를 배운다
공간은 빈 무대가 아니다
이미 배운 상태로 아이를 맞이한다 - 이 대목을 이해하지 못하면 신유물론-포스트휴머니즘에 접근하기가 아주 까다로워진다
이 아이는 여기 앉으면 고개를 숙인다
그 아이는 이 바카라상 앞에서는 말이 느려진다
이 아이는 성적표를 꺼낼 때 먼저 웃는다
그러나 웃은 다음 무너진다
어떤 아이는 모른다고 말하기 전에 농담을 한다
그 아이도 혼나지 않으려고 먼저 자신을 비난한다
공간도 배운다
교실은 어떤 아이가 틀릴 때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숨을 죽이는지 배운다
식탁은 성적표가 올라왔을 때
부모의 목소리가 어떤 높이로 바뀌는지 배운다
상담실은 아이가 어떤 거리에서
울음을 참는지 배운다
자습실은 아이가
공부하는 척하는 몸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운다
휴대폰 화면은 밤 8시 이후
어떤 말들이 더 쉽게 흘러나오는지 배운다
한 번 혼난 식탁은
다음 성적표를 다르게 맞이한다
한 번 울었던 상담실은
다음 침묵을 다르게 붙잡는다
한 번 조롱이 일어난 교실은
다음 발표를 다르게 만든다
한 번 위험한 말이 지나간 카지노톡 창은
다음 고백을 다르게 부른다
한 번 실패가 쌓인 바카라상은
다음 문제집을 다르게 펼치게 한다
공간은 의식하지 않는다
반성하지 않는다
공간은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정확하다
교실은 발표의 문법을
식탁은 성적표의 문법을
상담실은 실패를 말하는 문법을
자습실은 성실해 보이는 몸의 문법을 배운다
휴대폰은 밤의 고백 문법을 배운다
생활기록부 시스템은 아이를 문장으로 바꾸는 문법을 배운다
그리고 아이는 그 문법 안으로 들어간다
교실이 틀림을 부끄러움으로 배웠다면
아이는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식탁이 성적표를 심문으로 배웠다면
아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피고인이 된다
상담실이 성적표를 전략으로 배웠다면
아이는 위로받는 동시에 다시 관리된다
자습실이 공부를 앉아 있음으로 배웠다면
아이는 배우지 않아도 오래 앉아 있는 법을 배운다
방이 휴식을 죄바카라감으로 배웠다면
아이는 누워 있어도 쉬지 못한다
학교가 집을 교육한다 집이 학원을 교육한다
학원이 상담실을 교육한다 상담실이 다시 가정을 교육한다
가정은 학교를 교육해버린다 어떻게 그렇게 되냐면
성적표가 식탁을 교육한다 생활기록부가 대학을 교육한다
입시가 고1 교실을 교육한다 고3의 미래가 중3의 밤을 교육한다
공간들은 서로 이어져 있다
성적표는 학교에서 태어나지만 집에서 자란다
집에서 해석되고 학원으로 전송된다
학원에서 전략이 되고 상담실에서 사례가 된다
상담실에서 다시 학습계획이 되어 아이의 방으로 돌아간다
아이의 방에서 플래너가 되고 플래너는 다시 시험지가 되고
시험지는 다시 성적표가 된다
공간은 순환한다
정확히는 공간의 학습이 순환한다
이 순환이 커지면 교육을 수업으로 좁게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세계의 작동 방식이 된다 종이 성적표는 가방에 숨어 있을 수 있었다
젖을 수 있었다 찢길 수 있었다 구겨질 수 있었다 잃어버릴 수 있었다
식탁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다르다
데이터는 이동한다 복제된다 전송된다 캡처된다 저장된다 다시 열린다
다시 비교된다 다시 상담된다
데이터는 공간을 빠르게 감염? 장악? 시킨다
성적표 사진 한 장은 교실을 떠나 부모의 휴대폰으로 간다
부모의 휴대폰은 곧바로 식탁이 된다
카지노톡 대화창은 학원 상담실이 된다
상담실 바카라상은 대학 입학처의 작은 모형이 된다
아이의 방은 아직 오지 않은 면접장의 대기실이 된다
디지털화는 기록의 효율화가 아니다
디지털화는 공간학습의 가속화다
공간이 더 빨리 교육을 배운다
그리고 더 빨리 아이를 읽는다
이제 공간은 벽과 바닥과 천장에만 묶이지 않는다
카지노톡 대화창도 공간이고
생활기록부 문장도 공간이고
플래너도 공간이고
오답노트도 공간이다
아이가 그 안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말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침묵하고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해석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교육공간이다
식탁은 더 이상 식탁에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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