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첫 번째 터닝포인트

2007년 9월의 이야기

by폐관수련인

"우리 부모님이 변호사 법무사라 애초에 내가 머리가 좀 달라 너네 부모님은 치킨집하셔서 그런가 너 성적이 그 모양인가 보다"


때는 2007년 9월,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같은 반 부반장에게 들었던 말이다. 휴먼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곳에서 던질 말을 듣기란 쉽지 않다. 대놓고 악을 자처하는 빌런이 내 눈앞에 있었다. 본인의 성적표를 내 바카라상 앞에 휙 던지고서는 한껏 자랑하는 모습이 상기된다. 외모, 능력, 집안, 인맥, 가질 거 다 갖춘 엄친아 같은 이 새끼는 무슨 이유로 나한테 이런 시비를 걸었던 것인가.


내가 자란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었다. 중학교 내신 점수와 연합고사 시험이 있어야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하였다. 공부와는 영 거리가 멀었던 나를 부모님은 어떻게든 인문계를 보내고 싶어 하셨다. 그들의 내게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오직 공부였지만, 당신의 소망과는 달리 내게 들인 온갖 노력과 정성들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내듯 했다. 특히 교육비가 그랬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수만 가지를 바랐었다. 당신의 허리가 배에 닿도록 고개 숙여 얻어낸 손때 묻은 지폐들을 보았음에도, 토라지고 부정했다. 다시 돌아보니 나는 학생답지도, 자식 답지도 못했다. 못된 녀석 같으니.


실업계를 지망하여 냈던 원서가 인문계로 고쳐져 있었다.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이 이야기하여 바꿨던 것이다. 이에 반항이라도 하듯 어차피 가도 공부 안 할 거 누가 이기나 보자며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렸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아니꼬왔던 건가. 본인에게 사랑 주는 사람에게 박하게 굴었다. 떨어질 것을 예상하며 2 지망에 기대를 했건만 인원수 미달로 입학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절실함이 바람처럼 불어온듯하다. 나는 그렇게 도시 끝에서 끝으로 1시간에 걸쳐 버스를 타고 3년간 등교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사람 인생은 결국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용써봤자 재능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라며 답이 정해진 패배자처럼 행동했다. 겨우 17세 놈이 신세한탄 하는 게 아주 우습다.


그렇게 첫 학기를 보내던 찰나 나는 반장이 되었다. 이름으로 인해 1번 2번이 순서로 반장 부반장이 된 것이다. 우연찮게 된 이런 것 따위에도 당신은 신이 나셨었다. 그들의 세대에는 반장의 이미지가 좀 다른 듯하였다. 그럼에도 내 옆의 이 엄친아 친구는 어딘가 분이 덜 풀린 듯 살살 건드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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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해 독일에서 박사가 되었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연구자로 살아갑니다. 연구와 가족, 여행과 삶이라는 긴 모험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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