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어본 기적의 순간
"일어나"
찰싹—!
한참을 맞다 일어났는데 이젠 뺨을 때린다. 엉덩이의 고통이 다 가시기도 전에 날아오는 손바닥.
뺨보다는 엉덩이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대체 저 회초리는 뭔데 저렇게 아팠던가. 직접 깎아서 만들었다는 넓적하고 두꺼운 참나무 그 회초리는 아직도 기억된다.
"솔직히 말해라 너 부반장한테 답지 넘겨받았지?"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들은 내 담임 선생님의 물음이었다. 갑작스러운 성적 증가는 나 같아도 의심할만하다. 근데 내 사정을 들어보기도 전에 먼저 때리고 보는 건 뭔가 싶었다. 그 친구가 워낙 뛰어나 선생님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었다. 엄친아 놈들이란.
그런데 그 친구를 콕 집어서 심문했던 건 지금도 의문이다. 몇 번을 아니라고 말해도 소통되지 않는 답답함을 떠나서, 부모님을 뫼시고 오라는 말이 내 속을 더 철렁 이게 했다.
"너 그냥 바른대로 말하고 자수해~"
커피 한잔 여유롭게 들이키며 묻는 옆반 선생님, 그 특유의 비꼬는 말투와 표정이 더 미웠던 걸로 상기된다.
이 날 야자시간에 다시 불려 갔다. 본인이 지켜볼 테니 시험을 다시 치자는 거였다. 근데 이 담임은 국사가 전공인데 왜 영어 시험지를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다 푼 시험지를 직접 채점을 해보더니 이후에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내 기억엔 이 사람은 본인의 전공보다 영어를 더 가르쳤던 선생님이었다. 문화 사대주의자였나.
인생이란 모험을 떠나는 것 같다.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길을 밝혀 지도를 그려가는 게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 라 믿고 있다. 무언가를 위해 다짐한다는 것이 이런 벅찬 감정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가보지 못한 곳에 도달해 보는 광경,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미지를 거쳐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마치 모험가라도 된 듯했다. 겨우 공부 따위에 말이다. 지식을 쌓는 것보다 가족들이 나로 인해 기뻐하는 것을 봤던 그 감정이 뺨다구를 맞았던 순간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선생이고 자시고 반으로 접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었지만, 나를 누구보다 믿어주는 당신에게 내 다짐들이 말만 앞섰던 불안감으로 전환될까 두려웠다.
다짐이 소홀해지는 걸 막으려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이어온 이 시간의 순간들은 어느새 7권 정도 쌓이게 되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 보니 아등바등 한 모습이 참 못나기도, 무식하기도 하다.
내 방 벽에는 아직도 다짐문이 적힌 여러 문구들이 붙여있다. 중2병이 따로 없다. 종이 아깝게.
첫 발걸음이 떨어지기 쉽지는 않지만 막상 한번 내딛으면 두 걸음 네 걸음 어느새 뒤는 돌아보지 않고 길을 밝혀간다. 공부를 시작하며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위에 있는 자들은 위만 바라보고 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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