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입대, 그리고 공수가 필요한 자
대학에 입학하고 2년을 이 의문에 답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대학만 합격하면 인생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더 이상 지난 3년간 아등바등 새벽까지 바카라을 붙잡고 씨름할 일도, 등수 하나에 울고 웃을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고 보니, 내가 도착한 곳은 결승선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었다.
이런 나와 달리 이곳은 너도나도 착실히 인생을 준비해 온 애들 투성이었다. 마치 정해진 길이라도 있는 듯 앞날을 준비하는 이들은 대체 어디서 듣고 배운 건가. 그저 부러웠다. 정확히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그 순간의 눈빛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없었던 것. 그에 비해 길 찾는 법조차 모르는 어설픈 스무 살의 나.
코미디언, 슈퍼스타K, 아나운서, 성우, 그리고 ROTC. 되는대로 지원해 봤다. 갖고 싶은 능력에 대한 갈망이었던가. 이 정도면 그냥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재료공학. 고등학교 친구의 제안으로 선택하게 된 이 전공은 16년이 지난 지금에도 무엇을 하는 분야인지 아주 조금밖에 모른다. 그렇기에 당시 전공 서적을 훑고 또 훑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이 분야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대신 나의 넘치는 패기와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의 아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다 광탈을 당했다. 물론 슈퍼스타K는 합격 문자라도 받아봤으니 아주 헛된 도전은 아니었나 보다. 역시 어수룩한 스무 살이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었다. 무식하게 반복하더라도 적어도 노력한 만큼 성적은 올라갔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나니 공부를 하면서도 왜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허기진 사람마냥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것 자체를 즐겼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자율성의 무게를 몰랐던 것이다.
지난 3년간 이제 막 공부하는 방법만 배웠을 뿐,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목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같았다. 그러나 너도나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에 나는 오히려 나를 부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또 남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나 나를 바꿔보겠다고 다짐해 놓고, 정작 바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편도 티켓 한 장만 들고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나온 사람처럼 말이다. 돌이켜보면 대학 생활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작했던 공부가 조금씩 나 자신의 호기심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새벽 4시, 사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