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리더여 완벽보다 몰입을

리더가 자신의 약점과 취약점을 담백하게 오픈할 때, 진짜 몰입이!

by유선영 소장

결재판을 받아 들 때마다 미간에 힘이 들어갑니다.

숫자 하나, 오타 하나까지 기어이 잡아내고야 마는 내 모습을 보죠.


우리 세대가 걸어온 길은 실수가 곧 낙오였습니다. 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여기서 밀려나면 매우 곤란"이라는 생존 공식을 몸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무기는 오직 완벽주의였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와 경영자가 되었고, 지휘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만난 신세대 부하들은 너무 쉽게 선을 긋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 앞에서 발을 빼고, 작은 지적에도 마음을 닫아걸죠. 그 모습에 서운함이 피어오릅니다. "우리는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는데, 왜 저들은 저렇게 소극적일까."


진실은 늦은 밤, 홀로 불 켜진 집무실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부하들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닙니다. 평생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갇혀, 단 한 순간도 편히 쉬지 못했던 나 자신의 고독을 본 것이죠. 외롭고 두려워서 완벽의 갑옷을 입고 있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삼킬 뿐입니다.

경영자들 지휘관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현장에서 마주한 본질은 명확했습니다. 리더가 완벽의 갑옷을 단단히 입을수록, 부하들은 더 깊이 숨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리더가 자신의 약점과 취약점을 담백하게 오픈할 때, 진짜 몰입이 시작됩니다. "나도 이 부분이 어렵다", "나도 이번엔 실수를 했다" 리더가 빈틈을 보여주는 순간, 부하들은 깨닫습니다. '나도 저 사람을 도와 이 조직에 기여할 공간이 있구나.'


완벽한 신이 아니라 나와 닮은 인간적인 리더를 마주할 때, 청춘들은 비로소 움직입니다. 부하의 마음을 열기 전에, 평생 완벽이라는 짐을 지고 달려온 당신의 어깨를 먼저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도 완벽하지 않다. 그러니 우리, 같이 다시 배우자."

이것은 나약함의 자백이 아닙니다. 내 상처를 디딤돌 삼아 부하의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내겠다는, 격조 높은 용기입니다. 리더가 먼저 가면을 벗을 때, 회의실에는 비로소 안심하고 부딪힐 수 있는 ‘실수 장례식’의 멍석이 깔리게 됩니다.


리더의 자습실: 대가의 시선


"탁월한 조직과 평범한 조직의 가장 큰 차이는 '실수의 개수'가 아니다. 탁월한 조직은 실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함께 학습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가지고 있다."

하수는 부하의 실수를 잡아내어 바카라임을 묻고, 고수는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내어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실전 독보(獨步): 면역력을 키우는 '실수 장례식'

내일부터 당장 던져볼 수 있는 두 가지 실전 화두입니다.


1. 리더의 '나의 흑역사 고백기' 회의 시작 전, 리더가 과거에 했던 치명적이었던 실수담을 덤덤하게 먼저 꺼내어 놓으세요. *"나도 군 시절에(혹은 대리 시절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었죠"*라는 한마디가, 부하들이 숨겨둔 진짜 작은 불씨들을 스스로 꺼내놓게 만드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2. 비난을 학습으로 바꾸는 'Debriefing(사후 검토)' 실수가 발생했을 때 "누가 그랬어?"라는 범인 찾기를 멈추고, "무엇이 문제였고 다음엔 어떻게 보완할까"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 줍니다. 실수를 단죄하는 청문회가 아니라, 실수의 원인을 함께 묻어주는 담백한 '장례식'이 될 때 조직의 체력은 단단해집니다.


오늘 밤, 당신의 집무실에 틀어놓는 발라드


뱅크 — 〈가질 수 없는 너〉


술에 취한 니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말
슬픈 예감 가누면서 네게로 달려갔던날 그밤


희미한 두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니삶도 버릴수 있다고


며칠사이 야윈 널달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마지막 까지도 하지못한말 혼자서 되뇌 였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진 못하잖아


외로운 집무실에서 서류 더미를 덮고 돌아선 퇴근길, 우리가 밤새 들으며 위로받았던 이 노래를 지친 당신에게 보냅니다. 평생을 완벽이라는 감옥에 갇혀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온 당신,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색하게 완벽을 마주하는 것보다 차라리 편하다"던 가사처럼, 이제는 완벽의 가면을 벗고 당신의 그 빈틈을 부하들에게 담백하게 오픈해 주세요. 그리고 "한 걸음 뒤에 서서" 그들이 내 빈틈을 채우며 스스로 주도성을 갖고 앞서나갈 수 있도록 묵묵히 등을 바라봐 주는 것.


내가 전면에 나서서 모든 정답을 쥐고 다그치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서 그들이 스스로 마음의 센서를 켜고 다가올 자리를 내어주는 것. 그 서정적인 위임이야말로 오늘 밤 고독한 엑스더들의 집무실에 흘러야 할 가장 깊은 내공의 발라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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