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X세대 리더에게 "고유함"이란

해시계(Sundail)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해시계 탓이 아닐지도

by유선영 소장


또 한 장의 사직서가 바카라상 위에 놓입니다. 누구보다 성과를 잘 내던, 애지중지 키우던 주니어 팀원입니다.

이유를 물으니 "내가 이 조직에서 본인의 쓰임이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번아웃이 왔다고도 하네요.

그 뒷모습을 보며 리더는 억울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얼마전 주니어의 부족한 점을 좀 챙겨주려고 이야기를 좀 했거늘, 설마 그것 때문에 저러는 건가?"


여기서 우리는 세간에서 말하는 두 단어의 본질을 성찰해 봅니다.

바로 '약점'과 '고유함'입니다.


우리 X세대가 배워온 성장 공식은 '약점 보완'이었습니다. 못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것, 내 결점을 깎아내어 평균 이상의 완벽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아는 유일한 바카라임감이자 성장이었습니다.

반면, 지금의 청춘들에게 성장 공식은 '고유함의 시선'입니다. 내가 가진 결점의 그늘이 아니라, 내 안에 숨겨진 나만의 빛나는 고유함을 상사가 먼저 발견해 주고 지켜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실 양측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모두 진심이었습니다. 리더는 거친 조직에서 어떻게든 부하를 생존시키고 더 단단하게 키우고 싶어 약점을 짚어준 것이고, 부하는 그저 리더에게 나의 진짜 '쓸모'와 '고유함'을 인정받고 싶어 목이 말랐던 것입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과 열망의 문법이 달랐기에, 양측 모두가 상처받고 당황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죠.


리더는 부하의 나약함에 당황하고, 부하는 리더의 결점 사냥에 당황하는 순간입니다.

경영학을 연구하며 현장에서 확인한 진실은 명확했습니다. 결점을 고치는 차가운 돋보기는 평균적인 조직을 만들 뿐이지만, 탁월함을 이끄는 진짜 성과는 오직 대상을 품어내는 따뜻한 '시선'에서만 나옵니다.


하수는 부하의 못하는 부분을 잡고 흔들며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고수는 부하가 가진 고유의 빛깔을 알아채고 그 시선이 머무는 판을 깔아줍니다. 부하의 사표를 막기 전에, 평생 내 결점을 감추고 약점을 메우느라 지쳐있던 당신의 시선부터 '낭만'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결점 사냥꾼의 돋보기를 내려놓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모성애 있는 시선으로, 내 눈앞의 청춘에게 나직하게 화두를 던져보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게 바꾸어 봅니다.


"당신이 타고난 고유함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가 규정한 기준에 상대를 맞춰 자르는 대신, 그가 품고 태어난 고유한 씨앗이 무엇인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시선의 경영이 가진 진짜 힘입니다.

"네 결점은 내가 메워줄 테니, 자네는 그 탁월한 고유함에만 집중하게."

이것은 방임이 아닙니다. 부하의 진짜 주도성을 깨우고 조직의 폭발적인 성과를 견인하는, 가장 격조 높은 리더십의 문법입니다.


리더의 자습실: 대가의 시선

긍정심리학과 조직문화의 대가들이 던지는 화두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때가 아니라, 나만의 '고유함'을 인정받고 그것이 발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몰입과 성과를 만들어낸다. 리더의 역할은 결점 없는 완벽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시선이 조화를 이루는 탁월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하수는 약점을 훈계하느라 조직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고수는 고유함을 배치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승리를 가져옵니다.


실전 독보(獨步): 결을 살리는 가장 쉬운 시선 활용법

부하를 바꾸겠다고 갑자기 거창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무언가를 많이 하려고 덤벼들지 마십시오. 리더도 지치고 조직도 피로해집니다. 무언가를 많이 더하는 것보다, 힘을 빼고 매일의 일상에서 '쉬운 일부터 차근히' 스며들게 하는 세 가지 낭만적 루틴이면 충분합니다.


실전적용 팁 1. 조용한 '관찰'과 담백한 '기록'

회의할 때, 혹은 보고서를 읽을 때 부하가 어떤 순간에 유독 눈을 반짝이는지 가만히 관찰하십시오. 데이터 분석을 할 때인지, 스토리라인을 짤 때인지, 현장 사람들과 소통할 때인지 리더의 수첩에 단 세 줄만 조용히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그 기록이 부하를 살리는 가장 강력한 보물지도가 됩니다.


실전적용 팁 2. 피드백에 '고유함의 단어' 얹어주기

주니어가 성과를 냈을 때 "수고했어"라는 뭉툭한 칭찬 대신, 리더가 기록해 둔 명확한 '고유함의 단어'를 문장에 실어 툭 던져주십시오.

Bad: "자네는 다 좋은데 이 보고서 디테일이 왜 항상 이 모양인가?"

Good: "이번 기획서는 자네의 '고객입장이 되어 문제상황 풀어준 대목'과 '섬세하게 제시된 데이터' 활용이라는 고유함이 아주 돋보이더군." 솔루션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손보면 좋을 듯 한데 내가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 (혹은, 어떤 친구와 협업을 해보면 좋을까?)


실전적용 팁 3. 가볍지만 정기적인 '교유함 기반 멘토링'

한 달에 한 번, 거창한 성과 면담 대신 차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체크하는 정기적 멘토링 시간을 가지십시오. 무거운 지시 대신 "요즘 김 대리가 맡은 업무 중에서 본인의 고유함을 가장 잘 쓰고 있다고 느끼는 대목은 뭐야? 내가 다음 프로젝트에 그 역할을 조금 더 키워주고 싶어"라는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오늘 밤, 당신의 집무실에 틀어놓는 발라드


김정민 — 〈무한지애(無恨之愛)〉

그대 가슴에 실려올 타인의 그늘이라면 내 목숨 다 바쳐 걷어내고 싶어


언제나 내 눈물 속에 그대 영원히 있는 건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무한의 사랑인가 봐

이제는 날 위해 울지 마오 이대로 나를 떠나간대도 그대를 원망하지 않아 내 가슴속에 살아있는 그대의 영원한 모습 내 마음 다 바쳐 사랑하리라

하루 종일 성과 지표와 사직서 사이에서 마음을 졸이다 돌아선 퇴근길, 지친 당신의 자동차 안 가득 이 거친 미성의 멜로디를 띄웁니다.


사표를 던지는 부하를 보며 너무 씁쓸해하지 마십시오. 가사처럼 그들은 내 기준이라는 "타인의 그늘"에 가려져 정작 자신의 빛나는 가치를 쓰지 못해 지쳐있었을 뿐이고, 당신 역시 그 그늘을 걷어내어 더 강하게 키우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들의 고유함을 알아보지 못해 서로 당황했던 미안함을 담아, 이제는 내가 가진 힘으로 그늘을 걷어내고 "내 진심을 담아" 그들의 재능을 믿어주는 것.

"당신의 고유함은 과연 무엇일까요"라는 모성애의 질문으로 그늘진 청춘의 가슴을 안아주고, 욕심을 내려놓은 채 매일의 작은 관찰과 기록으로 그들의 숨겨진 결을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

그 서정적이고 단단한 넉넉함이야말로 오늘 밤, 번아웃의 거친 사막 위에서도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이끄는 위대한 X세대 선장에게 필요한 가장 깊은 내공의 발라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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