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2026)》
《호프》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을 초토화하면서 시작된다. 소를 비롯해 주민들이 처참하게 죽고, 터전은 쑥대밭이 된다.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한다. 경찰과 주민, 사냥꾼들이 하나둘 총을 들고 나서고, 인간과 외계 생명체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이어진다.
영화는 어떤 대단한 함의나 층위보다 장르적 쾌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던 〈곡성〉보다 그냥 즐길 수 있는 〈추격자〉에 가깝다. 황정민과 조인성 둘의 추격전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라 내러티브는 굉장히 단순하고 영화의 밑바닥에 깔린 철학적 사유도 기존의 외계 침공 영화랑 대동소이하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박력과 기개를 담고 있다. 특히 이후경 미술 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김창섭 음향 감독 등 제작진의 노고는 할리우드에 필적하는 영상미를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
모든 장면을 주간 촬영으로 찍어서 세트 디자인, 소품, 풍광을 필름에 담았다. 야간 장면이었다면 CG가 훨씬 자연스러웠을 텐데도 나홍진 감독은 타협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 때 지적받은 CG는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몇몇 장면(ex) 마을 장면)에서 질감이 튀었다. 외계인을 슬로모션을 걸었을 때랑 그렇지 않을 때랑 묘하게 이질감이 들었다. 모션, 움직임의 속도가 달라 보여서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 내내 태양광 아래 크리처들이 날뛰는 광경은 할리우드에서도 못 본 것 같다. 500억 원에 이 정도 퀼리티라는 게 놀랍고 제작진의 노고가 느껴졌다. 콘트라스트(명암)을 높여서 강렬하고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려고 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초반 60분은 관객이 빨려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며 나홍진 감독이 보여주는 지옥도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추격전 연출이 놀라운데, 포스터에 있는 조인성이 말을 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예고편에서도 공개된 거라 관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설명하면, 마베이요(마이클 패스팬더)가 성기(조인성)를 추격하다가 물어뜯기 직전의 순간에 어촌계 인물이 백마를 타고 뒤에서 성기를 낚아채는 장면에서 극단적인 로우 앵글로 외계인의 위협을 극대화한다.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로 인간들의 회피기동, 도주 같은 운동에너지를 포착한다. 그것을 넓은 풍경, 웅장한 프레임 안에 담기 좋은 광각렌즈로 담았다. 하늘 높은 나무들의 수직적 이미지와 종적으로 구성된 말 추격전이 웅장하게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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