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024년, 1일 1비건의 결말.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한 걸까? 실패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긴 한 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성공이라 해야하고? 어디까지를 실패라고 해야할까? 채식이라는 기준은 무엇이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채식이란 건 어떤 걸까?
플렉시블한 채식도 채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채식지향도 채식이라 말 할 수 있을까? 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어서 채식을 시작한 건 아닐까?
채식은 나에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결국,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것. 2020년 야심차게 시작했던 1일 1비건은 2024년 말 실패로 돌아갔다. 남편이 가게를 그만둔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 그 즈음. 밥상에 대한 다툼이 많아지면서 나의 1일 1비건에 대한 기억은 흐려지게 됐다.
그리고 남편이 발가락 수술을 하고 재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 1년 간은 페스코 채식을 지켜보려 애써봤지만 얼마전부터는 의지가 흐트러졌다.
아무튼 중요한 건 내가 지키지 못 했다는 거다. 남편에게 핑계를 댈 건 아니고, 내가 가임기 여성에 임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과. 친정에서 날아드는 고기먹으라는 잔소리.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고 골다공증 예방이 중요해지는 40대에 들어섰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신념을 나는 실천하지 못했다. 비건이란 울타리는 아직도 견고해보인다. 꼭 지켜야 하고, 높은 담을 쌓아놓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흑과 백, 하얀 두부와 검은 간장. 같은 콩에서 시작하지만 결과는 다른 색깔을 내는 것처럼. 흑백논리로 비건을 논한다면 나는 실패다.
철저한 실패.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해 나가는 마음을 채식을 통해 배우고 싶다.
'실패해도,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너무 완벽할 필요 없어.'
완벽하게 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게. 그리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것.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는 실패를 잘 마무리짓게 해준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니라는 믿음. 작심삼일을 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고. 그리고 그 주기가 길어지면 길어지는 대로. 느슨하면 느슨한대로. 모두의 채식은 소중하다.
실패가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실패가 낫다.
나는 나다운 채식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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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집 달라진 점
1. 고기대신 두부를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2. 콩류, 콩 반찬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3. 우유와 두유, 돈까스와 생선까스처럼 남편이 먹을 거와 내가 먹을 거를 골고루 사게 된다.
4. 그래서 식비가 더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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