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문제를 찾는 사람은 남습니다
"앞으로는 AI가 웬만한 일은 다 해 준대."
네. 맞습니다.
보고서도 써 주고, 그림도 그려 주고, 아이 숙제까지 풀어 줍니다.
그 말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그럼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세상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의 문제, 청년의 문제, 온라인 게임인의 문제, 주부의 문제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문제는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문제들을 열심히 풀어 왔습니다. 그렇게 문제를 풀어 만든 가치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편리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문제 해결을 AI가 빠르게 넘겨받고 있습니다.
밤새 걸리던 번역이 몇 초면 끝나고, 며칠 걸리던 자료 정리가 몇 분이면 끝납니다. 앞으로는 힘든 일, 위험한 일, 오래 걸리는 일까지 AI와 로봇이 더 많이 대신하게 될 거라고 많은 사람이 내다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성실함을 가장 큰 미덕으로 배웠습니다.
남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남고,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면 인정받았습니다.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는 것, 그것이 우리가 믿어 온 노동의 가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AI의 속도를 100분의 1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하루 종일 붙잡고 있던 회의 자료를 AI는 3분 만에 만들어 냅니다. AI는 지치지 않습니다. 밤을 새워도 실수하지 않고, 사람이 하루 걸리는 일을 몇 분 만에 끝냅니다. 오래 일하기, 빨리 일하기, 시키는 일 정확히 하기로 AI와 겨루면 사람은 이길 수 없습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노력이 쓸모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노력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키는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노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노력으로 바꿔야 합니다.
AI가 들어간 내비게이션은 가장 빠른 길을 기가 막히게 찾아 줍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는 결국 운전하는 사람이 찍어야 합니다. 목적지를 찍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내비게이션도 아무 데도 데려가 주지 못합니다.
이처럼 AI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뛰어나지만, 그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지는 못합니다. 사람이 문제를 제시하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뿐입니다.
물론 AI에게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문제를 정하지 못하도록 우리 인간이 그 권한을 막아 두었기 때문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만 문제를 찾을 뿐입니다. 사람의 명령 없이 세상의 문제를 알아서 찾아 나서지는 않습니다.
만약 AI가 "이게 문제니까 내가 고치겠다"고 스스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비극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인간은 그 권한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고, 먼 미래에도 문제를 찾는 일은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찾을 권한도, 그 문제를 세상에 알릴 권한도,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있습니다. 이것이 AI에게는 없는 우리 인간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이 무기를 쓰지 않고 누군가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AI와 같은 자리에 서서 AI와 경쟁하게 될 것이고, 결국 AI에게 밀려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찾을까요? 거창한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세 가지 습관만 들이면 됩니다.
첫째, 불편과 짜증을 그냥 넘기지 마세요.
앞에서 이야기했듯 변화 속에서 느끼는 불편, 불안, 짜증은 문제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대부분은 "원래 그래" 하고 참고 넘깁니다. 문제를 찾는 사람은 그 순간을 메모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의실에서, 장 보러 간 마트에서 "이거 왜 이렇게 불편하지?"라고 느낀 그 순간이 바로 문제의 입구입니다.
둘째, "왜?"를 한 번 더 물으세요.
일을 받았을 때 바로 손부터 움직이기 전에 "이걸 왜 하지? 이 일이 풀려는 문제가 뭐지?"를 묻는 겁니다. AI로 회의 자료를 3분 만에 만들어 놓고도, 회의에서 "그래서 이걸 왜 하자는 건데? 누구한테 좋은 건데?"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들 자료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왜"를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료는 AI가 만들어도, 그 "왜"는 사람만 물을 수 있습니다.
셋째, 세상과 사람을 관찰하세요.
문제는 대부분 사람의 얼굴과 일상의 풍경에 먼저 나타납니다. 고객의 짜증, 동료의 한숨, 아이의 굳은 표정, 출근 시간 엘리베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동네 놀이터의 망가진 그네. AI는 이런 장면을 먼저 보러 가지 않습니다. 관심을 두고 관찰하는 사람만 알아챕니다. 그때 "누가 힘들어하지? 이게 풀리면 누가 편해지지?"를 물으면, 무엇을 누구를 위해 풀지가 함께 보입니다.
이제는 "열심히 성실히 일하면 된다"는 믿음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남보다 오래 일하고, 빨리 처리하고, 시키는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노력은 AI가 지치지도 않고 더 잘합니다.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집중해야 할 일은 문제를 찾는 것입니다.
무엇이 불편한지, 누가 힘들어하는지, 무엇을 누구를 위해 풀어야 하는지를 알아채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건 AI가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건 인간이 절대로 허용을 안할 것입니다. AI가 문제를 찾으면 비극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그럼 열심히 노력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노력 자체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노력의 방향을 바꾸라는 말입니다. 시키는 일을 더 오래, 더 빨리 하는 노력은 AI와 겨룰수록 지는 싸움이 됩니다. 반면 무엇이 불편한지 메모하고, "왜?"를 묻고, 사람을 관찰하는 노력은 AI가 대신해 주지 못합니다. 같은 하루를 쓰더라도 문제를 찾는 데 쓰는 사람이 앞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Q. AI가 결국 스스로 문제까지 찾게 되지 않을까요?
기술만 놓고 보면 이미 가능합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허락하는 것은 다릅니다. 자동차가 시속 300km를 낼 수 있어도 도로에는 제한 속도가 있는 것처럼, AI가 스스로 무엇을 고칠지 정하게 두는 것은 너무 큰 위험이기에 사람은 그 권한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AI가 문제 후보를 추천해 주더라도, 그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는 무엇을 소중히 여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선택까지 기계에 맡기는 순간, 지난 이야기에서 말한 "남이 정해 준 길"을 걷게 됩니다.
Q. 문제는 사람이 찾고 해결은 AI가 한다면, 결국 사람은 지시만 하는 건가요?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해결이 제대로 되었는지 바카라임지는 것까지 모두 사람의 몫입니다. AI는 망치처럼 뛰어난 도구일 뿐, 어디에 못을 박을지, 박은 못이 집을 정말 튼튼하게 했는지는 사람이 판단합니다. 문제를 찾는 사람은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의 처음과 끝을 바카라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