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보다 해석이 더 피곤한 사람
예민한 사람은 곧잘 피곤해진다.
표정을 읽고, 말투를 듣고, 분위기를 감지한다. 가까운 사람이 많을수록 읽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들이 피어오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사람을 줄이면 피곤함도 줄어든다. 그래서 조금씩 멀어진다. 연락을 줄이고, 모임을 빠지고,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린다.
당장은 편하다. 조용하다. 읽어야 할 것도 없고, 맞춰야 할 것도 없고, 상처받을 일도 줄어든다. 이게 맞는 것 같다. 나한테는 이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감각이 온다.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은 건 아니다. 사람이 많은 자리가 그리운 것도 아니다. 그냥 내 주변에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느낌. 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것들이 쌓인다는 느낌. 고요함을 택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고립이 되어 있다. 선택한 것인데, 선택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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