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현장에서 발견한 지역문화의 힘과 ‘진주 공감길’에 대한 상상
어두운 강연장 안에서 화면 하나가 밝게 빛났다.
그 화면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연극은 진선미의 요지경이다.”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요지경은 작은 통 안에 여러 장면을 담아 보여 주는 장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고, 평범한 장면도 낯설고 신비롭게 보인다. 연극도 그렇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사람과 사건, 기쁨과 슬픔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렇다면 도시도 하나의 연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성곽과 강, 시장과 골목, 오래된 찻집과 그곳을 지켜 온 사람들이 등장하는 커다란 무대 말이다.
극단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진주라는 도시를 한 편의 연극처럼 떠올렸다.
극단 현장은 1974년 창단되었다.
1976년에는 《출발》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제목 그대로 긴 여정의 출발이었다.
당시에는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는 제대로 된 수입을 얻기 어려웠고, 공연을 지속할 공간과 재원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지역에 남는다는 것은 때로 뒤처지는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극단 현장은 떠나지 않았다.
진주에서 사람을 만나고, 진주의 역사를 작품으로 만들고, 진주 시민과 함께 무대를 지켜 왔다. 그렇게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쌓였다.
지역에 남는다는 것은 단순히 주소를 바꾸지 않는 일이 아니었다.
“왜 이곳에서 연극을 하는가.”
“이 도시의 이야기를 누가 무대에 올릴 것인가.”
“지역에서 예술가와 시민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었다.
극단 현장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시민 연극 교실이었다.
‘내가 바로 국민배우’라는 이름 아래 평범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배우가 되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일상을 대사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시민 배우가 태어났고, 그들은 다시 시민극단을 만들었다.
관객이 배우가 되고,
배우가 동료를 만나고,
그 동료가 다시 새로운 관객을 불러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지역문화가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발견했다.
지역문화는 유명한 작품 하나로 유지되지 않는다. 큰 공연장이나 화려한 축제만으로도 지속되지 않는다.
시민이 관객에 머물지 않고 문화의 주체가 될 때, 지역문화는 비로소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공연하고,
누군가는 객석을 지키고,
누군가는 후원하며,
누군가는 다음 세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다.
그때 문화는 행사가 아니라 생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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