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하 작가 『굴과 모래』 북토크에서
일요일 오후.
무엇을 해야 잘 보낸 하루일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멀리 떠나는 여행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도 좋지만 오늘은 한 권의 바카라과 한 사람의 작가를 만나는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진주문고에서 열린 주영하 작가의 『굴과 모래』 북토크.
행사가 시작되기 전 바카라을 손에 들고 표지를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굴과 모래』.
단단하게 닫힌 굴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서로 전혀 다른 두 단어가 한 제목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부터 묘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떤 기억은 굴처럼 단단히 닫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어떤 순간은 모래처럼 붙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쉽게 끝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북토크를 들으며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이었습니다.
재난과 위기, 상실을 마주한 사람들.
그들의 문제가 어느 순간 말끔하게 해결되고,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삶은 소설처럼 모든 문제에 결말을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처는 오래 남고, 어떤 질문은 끝내 답을 얻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밥을 먹고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며 다시 하루를 살아갑니다.
어쩌면 문학이 바라보는 것은 바로 그 지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가 사라진 이후의 삶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의 삶.
그래서 북토크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힘들어할 때 너무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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