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만든 것은 '다름'
인류의 문명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들어진 적이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고, 경쟁하고, 타협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온 과정이 곧 문명의 역사였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신앙과 이성, 과학과 철학, 보수와 진보는 언제나 갈등했지만, 그 갈등이 문명을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천지인(天地人)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은 하나의 질서를 가지고 있고, 땅은 또 다른 현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명을 만드는 것은 하늘도 땅도 아니다.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인간이다. 인간은 하나의 사상만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서들을 연결하고 조화시키는 존재로 태어났다.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돌로 치려는 사람들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한 장면은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모세의 율법은 간음한 자를 돌로 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예수는 사랑과 용서라는 또 다른 하늘의 질서를 제시했다. 사람들은 두 질서가 충돌하는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고, 결국 돌을 내려놓았다. 양심은 하나의 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하늘의 질서를 연결하는 능력이었다.
인류의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윤년은 우주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구는 약 365.2422일에 태양을 한 바퀴 돈다. 만약 인간이 365일만을 고집했다면 계절은 조금씩 어긋나 농경과 문명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인간은 우주의 질서와 지구의 현실을 연결하기 위해 하루를 더하는 윤년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문명은 자연을 지배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질서를 연결하면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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