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규칙, 신뢰를 배우는 과정
“차례를 지켜야 해.”
“친구 물건을 가져가면 안 돼.”
“게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해.”
하지만 약속을 배우는 이유가 단순히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라면 약속은 쉽게 통제의 도구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에게 약속이 필요할까요.
약속은 서로를 믿기 위한 작은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렇게 할게.”
“너도 그렇게 하기로 했지.”
이 말을 주고받는 순간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조금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친구가 내 차례를 기다려줄 것이라는 것고믿고
내가 실수했을 때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라고 믿고
상대가 정한 약속을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작은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는 관계를 믿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약속은 신뢰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자랄 수 있는 관계의 공간이 됩니다.
그렇다면 약속이 없어도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사람에게는 굳이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줄 거야.”
“이 사람은 나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조금 실수해도 관계가 끝나지는 않을 거야.”
이런 기대가 있다면, 그것을 신뢰할수 있다면,
모든 행동을 규칙으로 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사와 충분한 관계가 만들어지면 아이는 상담사가 자신을 기다려줄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관계가 무너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다시 이야기해 줄 거야.” 라고 예전에도 그랬고 그 선생님은 나에게 항상 그래. 예측가능하게 안정감을 줍니다.
그래서
“다시 해볼 수 있어.”
이런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신뢰는 있었지만, 그 신뢰가 무너지는날. 내 예측이 빚나가는날 어떻게
될까요? 내가 나를 의심하고 상대를 의심하고, 불안해집니다.
신뢰만 있고 약속이 없으면 서로의 기대가 다를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모호할 수 있습니다.
나는 기다려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다음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있다고 해서 서로의 욕망과 기대가 항상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관계가 깊어질수록 때로는 말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할까?”
그때 약속이 등장합니다.
반대로 약속은 아주 잘 지키는데 신뢰가 없는 관계도 있습니다.
이 관계에서는 아이가 약속을 지키는 이유가
“우리가 함께 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 지키면 혼나기 때문” 일 수 있습니다.
상담사가 말합니다.
“우리가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지?”
아이는 기다립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안 기다리면 혼날 거야.”
“선생님이 나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거야.”
“또 틀리면 안 돼.”
겉으로는 규칙이 잘 지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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