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에서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

현장에서 배운, 바카라에는 없는 사업구조 | 담우의 전략노트 #01

by담우

담우의 전략노트

25년 넘게 사업 현장에서 수많은 계획서를 만들고, 숫자를 검토하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지켜봤습니다.
이곳에는 경영학 교과서의 정답보다 현장에서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기록하려 합니다.

성공한 이야기만 하지 않겠습니다.
잘못 판단했던 것, 숫자가 우리를 속였던 순간, 사업가들이 반복해서 빠지는 함정도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

바카라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것들.

그것이 「담우의 전략노트」에 기록할 이야기입니다.



나는 사업계획서를 받으면 숫자부터 보지 않는다.

매출도 보지 않고, 영업이익도 보지 않는다.

IRR이 몇 퍼센트인지, 투자금 회수기간이 몇 년인지도 일단 뒤로 미룬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25년 넘게 사업기획과 전략 일을 해온 사람이 사업계획서를 받아놓고 숫자를 먼저 보지 않는다니.

하지만 오랫동안 수많은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망하는 사업도 숫자는 그럴듯하다.

오히려 사업이 어려울수록 사업계획서 속 숫자는 더 아름다워지는 경우가 있다.

매출은 매년 성장하고,

원가는 안정되고,

고객은 계획대로 늘어나며,

손익분기점은 예상했던 시기에 정확히 찾아온다.

엑셀 속 사업은 좀처럼 망하지 않는다.

문제는 현실이 엑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업계획서를 받으면 숫자를 보기 전에 먼저 한 가지를 찾는다.

“이 사업에서 돈을 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업은 다르다

사업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이거 정말 좋은 아이템입니다.”

“아직 아무도 안 하고 있습니다.”

“시장만 열리면 대박입니다.”

“요즘 트렌드하고 정확히 맞습니다.”

대부분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디어 자체만 보면 정말 괜찮은 경우도 많다.

그런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거의 항상 묻는다.

“그래서 누가 돈을 냅니까?”

순간 대화가 멈추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는 있는데 구매자가 없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있는데 지갑을 여는 사람은 없으며,

시장은 커 보이는데 정작 내 회사에 돈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 많은 사업이 무너진다.

사업가는 흔히 ‘필요한 것’과 ‘돈을 내고 사는 것’을 같은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세상에는 필요하지만 돈을 내지 않는 것이 무수히 많다.

반대로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시장규모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시장의 크기가 아니다.

고객의 지불 이유다.


나는 사업계획서의 첫 장에서 세 사람을 찾는다

내가 사업을 볼 때 머릿속에 그리는 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쓰는 사람 → 돈 내는 사람 → 돈 버는 사람

이 세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다.

가장 좋은 사업은 이 관계가 명확하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내가 그 서비스에 돈을 내며, 사업자는 그 돈에서 이익을 남긴다.

단순하다.

하지만 실제 사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용자는 무료로 쓰고 광고주가 돈을 낼 수도 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정부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

직원이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회사가 돈을 낼 수도 있다.

상품은 가맹점이 판매하지만 본사는 원재료 공급에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업계획서를 볼 때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누가 사용하는가?
누가 돈을 내는가?
그리고 누가 가장 많이 버는가?

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숫자를 보기 전에 이미 노란불을 켠다.


25년 동안 가장 많이 본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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