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힌 쪽

by꿈담은나현


버스에서 내리자, 흙냄새가 먼저 발목을 감쌌다. 아스팔트 대신 이어진 길은 부드럽게 가라앉았고, 아이는 담벼락을 짚으며 안을 들여다보고 웃었다. 대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열리는 소리는 맑았다. 마당은 비어 있었지만, 빈자리마다 무언가를 심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 집은 정말 튼튼하게 지어졌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문을 닫을 때마다, 불을 끌 때마다, 잠들기 전에도 그 문장이 조용히 떠올랐다. 여름은 갑자기 깊어졌고, 비는 예고 없이 쏟아졌으며 바람은 밤마다 창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 안은 늘 고요했다. 소리는 분명 들리는데, 유리는 끝내 떨리지 않았다.


빗소리는 지붕 위에서 은색 실처럼 촘촘히 엮이며 떨어졌고,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누군가 얇은 북을 치는 듯 둔탁하게 울렸다. 창밖의 어둠은 짙은 먹빛으로 번져 있었고, 번개가 번질 때마다 하늘은 찢긴 종이처럼 하얗게 갈라졌다. 그러나 빛은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유리 표면에 눌린 채 식어갔다. 방 안의 공기는 물에 잠긴 것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모든 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둔하고 멀게 번졌다. 나는 고요 속에서, 소리와 현실 사이에 얇은 막이 하나 더 생긴 것처럼 느꼈다.


이 집에 오기 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저녁 식탁에 앉아도 각자의 화면만 바라봤고, 대화는 필요한 말만 오갔다. 아이는 묻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답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숨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곳으로 내려오던 날, 우리는 말없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분명히 말이다.


첫날 밤, 불을 끄고 누웠을 때 나는 오래된 습관처럼 천장을 바라봤다. 도시에서는 늘 어딘가에서 소리가 흘러 들어왔지만, 이곳은 달랐다.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귀가 먹먹해졌다. 고요 속에서 나는 아주 오랜만에 가족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정말 돌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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