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는 끝이 났다. 짧은 말 한마디가 공기 위에 떨어졌고, 유리잔이 바닥에 닿을 때처럼 맑지만 금이 가는 소리를 남겼다. 그 뒤로 이어진 침묵은 물속에 잠긴 종소리처럼 멀고 둔하게 번졌다. 돌아서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남겨진 마음은 젖은 종이처럼 접히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들러붙어 있었다. 끝났다는 사실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흐린 잉크처럼 하루 위에 번지고 있었다.
평일 낮, 나는 회사에 월차를 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은 옅은 회색과 흰색 사이를 맴돌며 방 안을 희미하게 적셨다. 바카라상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물속에 손을 넣듯 조심스럽게 녹음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아무 말도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끝을 알고 있는 이야기처럼 숨이 목에 걸려 있었다. 방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고, 그 고요가 오히려 귓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폐 안쪽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중간 어딘가에서 멈춘 듯 답답하게 고였다. 손가락 끝이 버튼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고, 그 작은 떨림이 지금의 나를 전부 설명하는 것 같았다. 결국, 물속에 가라앉는 돌처럼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미안해.’라는 한 단어를 겨우 꺼내자마자 목이 안쪽에서부터 잠겼다. 이어서 말하려 했지만, 입안에 맺혀 있던 말들이 빗물처럼 한꺼번에 쏟아지지 못하고 떨리며 흔들렸다. 숨이 고르지 못하게 끊기며, 목소리 대신 젖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물은 고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흘러넘친 강처럼 눈가를 타고 떨어졌다. 나는 몇 번이나 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울음은 더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졌다.
그때였다. 숨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들이마신 공기가 가슴안에서 부딪힌 채 나가지 못하고, 안쪽에서 무너져 내렸다. 목이 아니라 몸 전체가 울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입을 벌리고 숨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소리를 내지 못한 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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