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시장에서 유명 인플루언서의 주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을 본 적이 있다. 주방 전체에 그린 컬러를 꽤 과감하게 사용한 공간이었다.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이렇게까지 강한 색을 써도 괜찮을까?’
물론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선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선뜻 고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전시장에 가면 이처럼 유독 눈에 들어오는 제품들이 있다. 화려한 컬러와 과감한 패턴, 독특한 형태처럼 우리 집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것들이다.
‘이런 걸 누가 사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제품들은 구석에 숨어 있지 않는다. 오히려 전시장 한가운데,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면 슬슬 이런 생각도 든다.
‘나 말고 감각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걸 고르나?’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물론 실제로 이런 제품을 좋아하고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 화려한 제품이 많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제품은 다른 소비재에 비해 기능적인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기가 어렵다. 휴대폰은 화면을 켜보면 바로 작동하고, 카메라나 저장 용량처럼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 그런데 문이나 주방가구, 벽 마감재는 조금 다르다.
좋은 경첩을 썼다고 문 앞에서 감탄하기는 어렵고, 표면의 내구성이 좋아졌다고 전시장에서 바로 체감하기도 어렵다. 몸통 구조가 개선됐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비슷하게 보일 때가 많다.
그러니 보이는 차이가 중요해진다.
컬러를 과감하게 쓰고, 패턴을 강하게 넣고, 형태를 독특하게 만든다. 유리문에 조명이 들어오기도 하고, 문이 회전하며 열리기도 하고, 평소 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납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보기에는 재미있다.
그런데 실제 집에서는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민트색이나 진한 그린색 주방이 설치된 집에 놀러 가본 적이 있는가? 나는 아직 한 번도 없다. 적어도 내가 가본 집들의 주방은 대부분 화이트나 베이지 계열이었다. 전시장에서 그렇게 존재감을 뽐내던 독특한 기능성 아이템도 실제 집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회사도 이런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물론 만들었으니 많이 팔리기를 바라겠지만, 그렇다고 전시장을 가장 잘 팔리는 화이트와 베이지로만 채울 수도 없다.
전시장 전체가 화이트, 아이보리, 베이지, 연한 우드뿐이라고 생각해보자. 실제 집에서는 가장 많이 선택되는 조합일지 몰라도 전시장은 꽤 심심해질 것이다. 옆 경쟁사와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전시장에는 눈길을 끄는 제품도 필요하다.
그린과 민트, 강한 패턴과 독특한 형태가 전시장 앞줄에 등장하는 이유다.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브랜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그러니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다들 이런 걸 하나?’
전시장은 실제 집의 평균적인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이 아니다. 많이 팔리는 기본과, 눈길을 끄는 제품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갈 제품을 고를 때는 전시장에서 무엇이 가장 눈에 띄는지보다, 그 뒤에 조용히 놓여 있는 기본 제품들도 한번 봤으면 한다.
결국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전시장의 주인공이었던 그린이나 민트색 도어보다,
조용히 뒤에 서 있던 화이트와 베이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