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보면 인터넷으로 시장조사를 할 때가 많다. 경쟁사에서 어떤 마감재가 나왔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요즘은 모델하우스도 온라인으로 공개되어 있어 어떤 자재를 사용했는지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 모니터를 보며 분석하다가 나중에 실물을 볼 기회가 생기면 가끔 놀란다.
“어? 이 색이었어?”
생각했던 것과 꽤 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색과 패턴이 내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친다.
먼저 누군가 마감재를 사진으로 찍는다. 이때부터 조명과 카메라에 따라 실제 색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다음에는 사진을 보정한다. 밝기와 명암, 색감을 조절하고, 웹사이트에 올라갈 때는 전체 페이지의 분위기나 다른 제품들과 맞추기 위해 다시 손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그대로 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에는 모니터가 하나 더 끼어든다.
같은 베이지색도 어떤 화면에서는 노랗게 보이고, 어떤 화면에서는 회색빛이 더 강하게 보인다. 모니터의 설정과 밝기, 색 표현에 따라 같은 이미지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실물 → 촬영 → 보정 → 웹 이미지 → 모니터를 거친 색을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온라인 이미지가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 여러 제품을 빠르게 비교하기에는 굉장히 편하다. 실제 제품의 색과 최대한 비슷하게 보여주기 위해 샘플과 화면을 비교하며 꼼꼼하게 보정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나 역시 온라인 이미지와 실물을 모두 보면서 일하지만, 화면만 보고 실제 마감재의 색과 질감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광택이 있는 소재나 유리, 밝은 색의 마감재는 더 그렇다. 빛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에 따라 표면의 느낌이 크게 달라지고, 반사나 미묘한 질감은 사진 한 장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감재는 가능하면 실물을 봤으면 한다.
옷은 온라인에서 샀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이라도 비교적 쉽다. 하지만 인테리어 자재는 다르다. 크고 무거운 제품도 많고, 이미 시공을 시작했다면 되돌리는 일이 훨씬 커진다. 주문 제작한 가구나 맞춤 제품이라면 단순 변심으로 바꾸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실물을 봤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가능하면 크게 봐야 한다.
마감재 샘플은 대부분 작은 크기로 잘라놓는다. 그런데 작은 샘플 하나가 제품 전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예를 들어 우드 마루의 가장 잔잔한 부분만 잘라놓은 샘플을 봤다고 해보자. 깔끔하고 차분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실제로 시공하고 보니 다른 판에는 큼지막한 옹이와 강한 나뭇결이 잔뜩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스톤 패턴도 마찬가지다. 손바닥만 한 샘플에서는 잔잔해 보였는데 큰 상판으로 보면 굵은 무늬가 공간 전체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
그래서 마루나 벽 패널처럼 반복되는 자재는 여러 장을 함께 보고, 상판처럼 넓은 면적으로 들어가는 자재는 가능하면 큰 샘플이나 실제 시공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작게 봤을 때 예쁜 것과 크게 깔았을 때 예쁜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나는 마감재를 온라인으로만 고르는 것이 사진만 보고 결혼을 결정하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이 마음에 들 수는 있다. 첫인상을 확인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같이 살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인테리어 마감재도 한번 시공하면 몇 년을 같이 살아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음 날 반품하기도 어렵다.그러니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다면 그걸로 결정하지 말자.
사진으로 먼저 만나보고, 실물로 한 번 더 만나보자.
그래도 마음에 들면, 그때 선택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