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별들과의 만남
올여름, 나는 다시 몽골로 향했다. 3박 5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서른 명이나 되는 여행자들이 함께했다. 가족과 온 사람, 친구와 온 사람, 혼자 용기를 내어 떠나온 사람까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몽골에 도착했다. 나는 작년에 이어 지인들과 두 번째 몽골 여행길에 올랐다.
첫날에는 칭기즈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광장을 둘러보았다. 이튿날에는 열트산 트레킹에 나섰다. 초록빛 언덕을 따라 걷는 길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하얀 꽃, 노란 꽃, 보랏빛 꽃들이 초원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작년에는 야생화가 많지 않았는데,
다시 오길 정말 잘했어! 이렇게 많은 야생화를 보다니!'
걷는 내내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다.
다음 날에는 말을 탔다. 두 시간이나 이어지는 승마였지만 두 번째라 그런지 작년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말이 한 발 한 발 강을 건널 때마다 물결이 흔들렸고, 계곡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다시 탁 트인 평지로 나오자 끝을 알 수 없는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년에도 걸었던 길인데 풍경은 새로웠다. 처음 왔을 때는 말을 타는 것만으로 긴장해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달랐다. 말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며 초원의 빛깔과 바람, 멀리 풀을 뜯는 가축들까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같은 곳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우리는 별을 보기 위해 푸르공에 올랐다. 차는 어둠 속 구불구불한 길을 덜컹거리며 달렸다. 몸이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20분쯤 달렸을까. 푸르공이 멈춘 곳은 사방에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들판이었다.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하늘 가득 별이 떠 있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이 검은 밤하늘을 촘촘하게 수놓고 있었다. 누군가 차에서 돗자리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돗자리 위에 나란히 누웠다.
하늘과 내가 마주 보는 순간이었다.
별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다. 은하수는 하늘을 가로질러 길게 흐르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수많은 별이 금방이라도 내게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별똥별이다!”
시선이 한꺼번에 한곳으로 향했다. 밤하늘을 가르며 별똥별 하나가 길게 떨어졌다.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은 채 사라지는 별빛을 바라보았다. 너무 짧아서 더 아름답고,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우리는 레이저 봉을 밤하늘로 쏘아 올리며 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짝이는 작은 공을 손에 들고 별들과 사진도 찍었다. 룸메이트 언니와는 우리를 이곳까지 데려다준 푸르공 앞에서 나란히 서서 사진을 남겼다.
덜컹거리는 길을 달려온 불편함도, 여행의 피곤함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 사라졌다. 카메라에 담긴 별도 아름다웠지만, 내 눈과 마음에 담긴 몽골의 밤하늘은 그보다 훨씬 빛났다. 초원의 밤공기가 볼을 스쳤다. 옆에서는 일행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머리 위에서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여름밤이라고 하면 뜨거운 공기와 매미 소리를 먼저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내게 여름밤은 하나의 풍경을 더 갖게 되었다.
몽골의 넓은 초원,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들판, 나란히 누운 사람들,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별똥별, 그리고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았던 은하수.
그날 밤, 나는 별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오래도록 간직할 한 장면을 만나러 갔는지도 모른다.
별이 쏟아지던 몽골의 그 여름밤.
아마 앞으로도 여름이 올 때마다 나는 그 밤하늘을 떠올릴 것이다.
여행의 기억은 거창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 것 같다. 함께 바라본 별 하나, 옆 사람의 웃음소리, 어둠 속에서 외쳤던 “별똥별이다!”라는 한마디가 오히려 더 오래 남는것 같다.
여러분에게도 잊히지 않는 여름밤이 있나요?
잠시 눈을 감고 그날의 공기와 소리, 함께했던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지나간 여름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날 마음에 담아 둔 별빛은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별빛 같은 순간들이 숨어 있다.